이준석 "내가 A의원, 약간 꼬였다"...김 여사 총선개입 의혹 어찌되나

곽우신 2024. 9. 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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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김건희-김영선 텔레 봤다, 총선 개입 애매"... <뉴스토마토> 후속 보도 주목

[곽우신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 남소연
김건희 여사의 지난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은 '불발탄'으로 끝날 것일까?

김 여사가 지난 총선 당시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사실상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이 해당 메시지를 "봤다"라며, "공천 개입이라 하기는 약간 애매하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 의원은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토마토>의 기사 속에 등장하는 익명의 A 의원이 본인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이 보도를 디딤돌 삼아 전선을 넓히려는 더불어민주당 측을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사안을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추가할 정도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관련자의 증언이나 물증이 추가적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이슈가 식어가고 있다.

이준석 "A 의원이 나, 약간 꼬였다... 민주당, 바늘허리에 실 맨다"

SBS는 추석 연휴를 맞아 오는 16일 방송을 위해 사전 녹화했던 이준석 의원의 방송 내용을 12일에 일부 선공개했다.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녹화에 나선 이 의원은 "A 의원이 저인데 약간 꼬였다"라며 본인이 김건희 여사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봤다고 실토했다.

그는 "몇십 명이 봤다고 하는데 본 사람들의 견해가 일치한다"라며 "공천 개입이라 하기는 약간 애매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민주당에서 대단한 건이라 생각해 계속 밀고 나가던데 민주당은 자꾸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쓰는 것 때문에 안 된다"라며, 해당 의혹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익명의 A 의원의 입을 빌어 김 여사가 김영선 전 국회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할 것을 권했다고 보도했다.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김해로 이동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에 따른 지원 방안 등도 구체적으로 얘기했다"라는 것. 이에 "컷오프 되며 공천에서 배제된 김 전 의원이 분개했고, 해당 텔레그램을 김 전 의원이 내게 직접 보여줬다"고도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9월 5일자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 기사
ⓒ 뉴스토마토pdf
김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에서 다섯 번째 금배지를 단 인사이다. 이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이 터졌을 때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수조의 물을 직접 마시는 퍼포먼스로 인해 여론의 도마에도 오른 바 있다.

제22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다선 의원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던 그는, '권역 내 험지' 출마를 명분 삼아 지역구를 바꿔 경남 김해 갑에 도전했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탈락)'하며 출마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여러 시사 라디오 방송을 통해, 김 전 의원이 공천 탈락 이후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를 들고 개혁신당의 문을 두드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으로 옮기는 대신, 비례대표 1번 자리를 요구했다고도 첨언했다.

이 때문에 기사에 등장하는 A, B 의원이 국민의힘이 아니라 개혁신당 의원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동시에 나왔다. 여의도에서 돌던 '지라시'에도 A의원과 B의원 모두 개혁신당 국회의원의 이름이 적시됐다. 이준석 의원의 이번 실토는, 해당 보도의 근간이 되는 가장 핵심적인 폭로가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해준 셈이다.

보도의 완결성 지적했던 이준석, 의혹에 거리두며 힘 빠져

하지만 당사자인 이 의원이 해당 보도의 '각'과 달리 '총선 개입이라고 보기에 애매하다'라고 거리를 두면서 의혹 제기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이다.

실제로 처음 보도가 나온 지난 5일 이후 일주일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에 힘을 실어줄 만한 추가적인 정황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익명과 전언에 의지한 최초 보도 자체가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이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미 해당 보도의 완결성을 지적한 바 있다. 핵심 취재원이라고 할 수 있는 본인이 초기부터 기사의 문제의식에 거리를 둔 것.

TV조선 앵커 출신인 신동욱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저한테 그런 기사가 넘어왔으면 출고 안 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 기사 자체가 기사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사"라며 "공천에 개입했다는 명확한 물증을 보여주는 후속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실 후속 기사도 없다"라는 비판이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의혹을 일축했고, 국민의힘에서도 해당 보도를 '허위 보도'라고 규정하고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대응할 뜻을 밝혔다. 당사자인 김영선 전 의원 또한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본 사람이 수십명이다', '조만간 텔레그램 메시지 원본이 공개될 것이다'라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나 폭로가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

이슈의 폭발력은 상당했지만, 해당 매체는 물론이고 다른 언론사에서도 추가적인 물증 확보에 실패하면서 식는 속도도 빨랐다. 민주당에서 회의 모두발언과 논평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세를 폈지만, 의혹을 증명할 무언가가 나오지 않은 탓에 소모적인 정치권 공방으로만 흘러갔다.

앞서 김 여사와 한동훈 대표 간 텔레그램 메시지가 논란이 됐을 때는, CBS 라디오의 최초 보도 당시부터 재구성된 '메시지'가 제시됐고, TV조선 등의 추가 보도를 통해 구체적인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됐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 대표도 언론에 메시지가 온 사실을 인정했다. '김건희 여사의 텔레그램' 그리고 '총선'이라는 교집합이 있지만, 그때에 비해 파급력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후속 보도가 불씨 살릴까...기사에 등장하는 M, 문자 공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보도를 전면적인 거짓으로 규정하기도, 혹은 이 이슈가 이대로 완전히 꺼져버릴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어렵다. 총선 공천 당시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발했던 것처럼, 용산 대통령실과 한동훈 체제 사이에 공천 갈등이 있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용산에서 공천에 개입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쓰고 있고, 김 여사 역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그 당시에도 자주 언급되던 이야기였다.

다만,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남는다.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이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가 정말 있었다면, 정확히 어떤 문장들이 오고갔고, 그 앞뒤의 맥락은 무엇이었는지 제시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평소 가장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했던 이 의원이 거리를 두는 건, 현재 확보된 정황들만으로는 '총선 개입'이라는 확고한 사실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주당 진영 여러 스피커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 의원의 결단 혹은 폭로를 촉구했지만, 이 의원 스스로도 꼬리를 내리면서 상황이 더 확전되지 못했다. '이준석의 입'에만 매달려 대여 전선의 공세를 강화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안 되니 오히려 이 의원을 비난하는 사례도 있었다.

분기점이 될 수 있는 건 결국 후속보도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0일 "계속해서 후속보도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1차적으로는 보도를 입증할 물증이 되어야 할 것이며, 본질적으로는 M씨의 존재와 역할 규명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가 의심하는 사건의 실체는 김건희 여사와 비선 M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기 때문"이라며 "해당 의혹들을 하나하나 치밀하게 검증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최초 기사 속에 지목된 M씨는 "법적 대응"을 시사하며 <뉴스토마토> 측과 나눈 문자 메시지를 자신의 SNS에 공개하기까지 했다. 특히 본인이 '역술인'으로 규정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해당 매체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해당 매체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추가 보도를 내어놓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아다니고 있다. 이 보도가 실제로 나올지, 나온다면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키울 수 있을지 등이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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