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손준호와 계약 해지… "사안 너무 커졌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수원FC)가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가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CFA)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와 계약을 해지했다.

뉴스1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13일 "손준호와 상호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원FC는 지난 6월 손준호와 올해 12월까지 6개월간 계약했지만, 이를 해지한 것이다.

최 단장은 "FIFA에서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야겠지만, 이미 논란이 된 상황에서 손준호가 팀 훈련을 소화하고 경기를 뛴다는 건 팬들에게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지금 상태에서는 계약 해지하는 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손준호는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지난해 승부 조작 혐의로 체포, 약 8개월 구금됐다. 이후 풀려나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갔는데 CFA가 지난 10일 영구 제명 징계를 내리며 선수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중국축구협회가 내린 징계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거쳐 대한축구협회(KFA)에 전달된 후 적용된다. 수원FC는 FIFA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최 단장은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FIFA가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에 대해 유권 해석한 뒤 KFA에 관련 공문을 보낼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만약 영구 제명 징계가 국내에도 적용된다면 그때 안 뛰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14일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홈 경기에서 손준호의 출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러나 11일 기자회견에서 손준호가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하면서 여론이 돌아섰다. 손준호는 중국 법원에서 '20만위안(약 3700만원) 금품 수수 혐의'가 유죄로 판결된 것은 하루빨리 석방돼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재개하기 위해 판사와 거래한 결과라거나, 이 돈을 팀 동료로부터 받은 건 맞지만 그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았다.

축구팬 사이에서는 "시민구단인 수원FC가 승부조작 논란이 있는 선수에게 거액을 줬다"며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수원FC는 결별을 택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