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료인 보람 느끼도록 보상체계 마련…정부 진정성 믿어달라"
의대증원 반발에 "의료인들 오해하지 않았으면"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의료인들이 상대적 허탈감을 느끼지 않고 고생하신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고 보람을 느끼도록 보상체계를 마련할 테니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많이 도와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응급의료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노고를 격려했다.
서울의료원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입장 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내 건강취약계층을 돌보는 시민공감응급실, 소생실, 외상치료실, 화상치료실, 중증환자구역, 소아구역 등을 이현석 서울의료원장과 박현경 권역응급의료센터장과 함께 돌아봤다. 이어진 병원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과 다가오는 추석을 대비한 병원의 준비사항을 청취했다.
윤 대통령은 "협조해 주신 덕에 이번 추석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병·의원이 문을 열어 다행"이라며 "중증도에 따른 진료를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연휴 기간 건강보험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보다 3.5배 수준으로 인상했다"면서 "의료계 각 분야의 목소리를 경청해 더 고생하고 더 힘든 진료를 하시는 의료진에게 더 많은 보상이 가도록 하는 게 의료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尹 "의료계, 기탄없이 의견 개진해달라"
의료계 의대 증원 반발이 거센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교육과 의료는 필수 정주 요건인데, 경제성장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변화와 의료수요 증가를 고려할 때 향후 필요한 의료인을 길러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기계획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력 증원이라는 점과 과학적 추계를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니 의료인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윤 대통령은 "의료인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챙기는 것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방치해온 시스템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이니,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해달라"며 "정책실장, 사회수석에게도 직통으로 연락해 의견을 전달해달라"고 했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응급실은 게이트 키퍼인데, 배후진료로 원활히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필수의료과 기피 현상과 배후진료과 과부하 발생으로 의료진이 떠나고 있다. 업무량이 많으니 비용 보전 등 인센티브를 도입해 떠나는 분들을 잡고, 새로운 분들도 유인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서울의료원은 소아과 운영 등 공공병원 역할을 충실히 하다 보니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라면서 "공공병원 적자의 구조적 문제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황선숙 간호부장은 "진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한 진료지원간호사(PA)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지만, 법적으로 보호를 충분히 받는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PA제도가 빠른 시일 내에 잘 정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보건은 안보, 치안과 더불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이라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가 장기적 계획 차원에서 의료개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입하지만 국민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더 많이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고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서울 중구 소재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이동했다. 2001년 7월 지정된 국립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전국에 있는 모든 응급의료기관의 진료업무를 조정하고 지원하는 기관이다. 윤 대통령은 응급의료센터 운영 현황을 청취한 후 '윤한덕 홀'에 들러 고(故) 윤한덕 센터장이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사무실 사진과 초상화를 관계자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윤 센터장은 지난 2002년부터 17년간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이끌며, 닥터헬기를 도입하고 국가응급진료망을 구축하는 등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에 힘썼다.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초상화 속 사인은 마지막 근무일에 '행복하세요'라고 사인한 것"이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묵묵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신 분의 사무실을 보고 느낀 바가 많다"고 말했다.
"기존 건보에만 의지…이제 과감히 재정 투입"
윤 대통령은 서울인천광역응급의료상황실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잇따라 들러 24시간 실시간 환자와 구급대원, 병원을 연결하고 상황을 파악 중인 의료진과 직원들을 격려했다. 응급의료 현황판에 부산 지역이 응급의료 대응에 어려움을 보여주는 붉은 표시가 뜨자 윤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부산시장과 통화해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해 보라"고 현장에서 바로 지시하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윤한덕 센터장이 2019년 순직할 때 그 주에 무려 129시간 넘게 일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과로로 버티는 구조로는 우리 의료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의료개혁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기존에는 건보에만 의지했었는데, 이제는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면서 "전문의들의 처우가 안 좋아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의료계의 헌신에 공정한 보상체계가 갖춰져야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번 연휴에 국민 불안감을 감안해 문을 여는 병원이 늘어났음을 언급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에도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를 당부했다.
고은실 응급의료정책실장은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중증도를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역별 이송지침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명일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은 "요즘 환자를 받을 때 환자가 잘못되면 내가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가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면서 "필수의료과를 선택할 때 의사가 이러한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9월 11일부터 2주간 비상응급의료 대응주간으로 정하고, 총력대응 하겠다"면서 "아주 먼 거리의 경우 소방헬기도 적극 투입해 조치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사법리스크의 경우 책임보험 제도를 금융위에서 개발해서 법률 제·개정에 속도를 내달라"고 참모에게 지시했다. 이날 현장 방문은 환자와 의료진 불편을 고려해 최소 수행인력으로 진행됐으며,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과 장상윤 사회수석 등 대통령 참모진이 함께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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