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라늄 시설 공개에 외신 "이렇게 자세히 본 것 처음"

윤현 2024. 9. 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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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비상한 관심 속에 "핵 보유국 지위 강조한 것"

[윤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방문 공개를 보도하는 AP 통신
ⓒ AP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자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 <로동신문>은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우라늄 농축기지의 조종실을 돌아보고 생산공정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등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 직접 공개한 것은 처음"

AP 통신은 "북한이 2010년 핵물리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박사를 초청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바 있지만, 이를 외부에 직접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며 "미국과 그 동맹국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북한이 생산한 핵 물질의 양을 추정하는 데 귀중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핵 물질과 자료를 축적했을지에 대한 우리의 가정을 바로잡는 데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요즘 매우 자신감이 넘치고 있으며, 핵 능력을 크게 늘리겠다는 목표가 헛되지 않도록 보이는 데 특히 관심이 많다"라며 "이번 공개는 북한의 계획에 신빙성을 부여하고 우라늄 농축 능력에 큰 진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진단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도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원심분리기가 약 1천 개 있다"라며 "1년 내내 가동하면 약 20~25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으며, 핵폭탄을 만드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북한이 말하고 싶은 것은 핵 능력이 그저 공허한 위협이 아니라 핵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이 말하고 있는 상대가 한국이겠지만, 분명히 미국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공개 시점도 관심... "미 대선에 영향 미치려는 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방문 공개를 보도하는 CNN 방송
ⓒ CNN
미국 CNN 방송은 "북한 관영매체가 김 위원장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둘러보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은둔의 국가가 엄격하게 감추고 있는 핵무기 프로그램에 내부를 엿볼 수 있는 극히 드문 기회가 생겼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시찰 목적이 무기에 필요한 핵 물질 생산을 늘리기 위한 장기 계획 수립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라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핵 보유국이라는 지위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마틴 윌리엄스 스팀슨 센터 연구원은 "구체적인 위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 시설을 이 정도로 자세하게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 시설을 공개한 시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프랑스 AFP 통신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갑작스럽게 보여준 것은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일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 사진들은 미국의 차기 정부에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며 "또한 다른 국가들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북한 핵·탄도미사일 완전한 폐기 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방문 공개를 보도하는 일본 NHK 방송
ⓒ NHK
<뉴욕타임스>도 "북한이 김 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을 공개한 것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선거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뤄졌다"라며 "북한 문제를 미국의 주요 외교 정책 이슈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레이프 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교수는 영국 BBC 방송에 "김 위원장이 계속되는 핵무력 증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여전히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계획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해 나가겠다"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회견에서 "북한의 동향 하나하나에 언급하는 것은 삼가겠다"라면서도 "한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의 이행을 추진하겠다"라고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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