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금강에 온다면 들러주세요
[박은영 기자]
▲ 중대백이 농성장 주변에서 놀던 중대백로가 사체로 발견되었다. |
ⓒ 임도훈 |
몇 주 전 천막농성장 주변 웅덩이를 배회하던 중대백로가 결국 사체로 발견되었다.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였지만 웅덩이 가까이에 머물면서 자주 보던 친구였는데, 결국 이렇게 발견되 마음이 아팠다. 자연의 순리와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에 그저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아마 금강에서 일어나는 여러 드라마 중 하나일 뿐, 수많은 드라마들이 오늘 하루에도 몇 편이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가마우지가 아침에 금강을 가로질러 먹이를 찾으러 떼지어 떠났다 돌아오는 모습, 새홀리기가 까치를 좇아 사냥하는 모습, 쉼 없이 의자와 천막 사이에 집을 짓는 거미들의 모습에서 사람의 일상이 보이기도 한다. 가족들과 생활을 위해 출퇴근 하는 일상, 경쟁하듯 살아가야 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겹쳐진다.
흐르는 금강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면 이런 숨찬 드라마들이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래 머물수록, 자세히 볼수록 드러나는 이야기 고리들이 금강이 살아있다고 느끼게도 해준다.
▲ 백제문화제 공주보 담수 중단 요구 기자회견 |
ⓒ 보철거시민행동 |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은 지난 12일 오후,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주보 수문 담수하고 백제문화제를 개최하려는 공주시를 규탄했다. 발언자로 나선 이병우 공주농민회 사무국장은 이렇게 일갈하며 공주시의 담수계획을 규탄했다. 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9월 28일부터 열리는 백제문화제를 앞두고 공주시가 6년째 민관합의 약속을 어기고 환경부에 요구하는 공주보 수문 담수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관련 기사 : "썩은 내 진동하는 죽음의 백제문화제 중단" https://omn.kr/2a629)
공주보 담수로 인해 국가명승지인 고마나루 모래사장이 매번 펄로 변했고 환경부 조차도 과거 "왜 공주시가 매번 약속을 깨고 닫아달라고 요구하는지 의문"이라는 의사를 비추기도 했다. 또 2018년, 2019년, 2021년에 금강에 집중 강우로 행사장이 물에 잠기고 부교와 유등 설치물에 유실돼 여기저기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된 것을 생각하면 이런 축제방식이 과연 유효한지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수문을 닫으라는 요구가 아니라 공주보를 해체하고 강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그 흐름에 백제문화가 달려온 길이 있다.
고마나루를 훼손하지 않고, 멸종위기종이 어우러진 금강을 터전으로 한 백제문화를 깎아내리고 싸구려로 만드는 것은 오히려 공주시가 아닌가. 공주시는 축제를 위한 축제가 아닌 진정 지역발전을 위한 축제로 백제문화제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 스스로 묻기를 바란다.
▲ 한가위 한마당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
ⓒ 보철거시민행동 |
천막농성장 앞에 떠들석하게 사람들 목소리로 가득찼다. 지난 12일 저녁, 천막농성장에서는 '한가위 한마당'이 열렸다. 얼가니새(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사회와 나귀도훈(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의 공연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생명을 위한 차례, 윷놀이 대회가 열렸다.
▲ 지난 장마에 떠내려온 나무들로 만든 장승과 솟대 |
ⓒ 임도훈 |
▲ 물이 차올라가는 천막농성장 모습 |
ⓒ 임도훈 |
야간당번을 하기로 한 이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급히 달려가보니 갑자기 물이 급격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사진기 등 주요한 물건들을 천막 밖으로 빼내고 살펴보니 바닥보호공 주변이 물로 금세 차오른다. 수자원공사가 아침부터 세종보 1번 수문을 정기점검 한다면서 닫아뒀는데 예측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려 물이 불어난 것이다.
자칫 수변에 있는 시민들에게 위험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보는 강 수위를 높이는 위험시설이어서 그냥 열고 닫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안전에 대한 대책, 경고 등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이나 원칙이 없는 상황이다.
강의 운명을 세종보 하나가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무서운 일이다. 보로 인해 강의 수많은 생명을 수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 하늘 그림자가 드리운 금강 곁에, 천막농성장의 불빛이 유난히 환하다. 어두워질수록 더 환해지는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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