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방문한 에베레스트

김은진 2024. 9. 13. 1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채형식 작가의 히말라야 3대 트레킹 코스 체험기

[김은진 기자]

▲ 채형식 작가의 '눈의 왕관을 쓴 히말라야' 토크 콘서트 올해 3월 20일 네팔로 향해 히말라야 3대 트래킹코스인 랑탕, 안나푸르나,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그 여정을 사진과 글로 남겨 관람객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 김은진
지난 11일, 안양 예술인 센터에서 '눈의 왕관을 쓴 히말라야'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1년 만에 만난 채형식 작가는 작년보다 살이 좀 빠진 모습이다. 험준한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고 나서인지 홀쭉해진 볼에 눈은 더 빛났다.

채 작가는 에베레스트를 10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산악인으로 활동해 지금은 베테랑 산악인이자 시인이다. 10년간 변한 네팔의 모습과 준비 과정, 랑탕, 안나푸르나, 에베레스트까지 모든 여정을 사진으로 남겨 생생하게 설명해 주었다.

준비 물품으로 암벽 장비와 가스버너와 코펠 등의 기본 장비와 의약품, 누룽지나 깻잎절임 등 식량도 꼼꼼하게 준비했다.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이 제일 행복했다고 한다.

네팔은 트레킹 중에 신분증을 검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권과 여권 복사본을 여러 장 준비하고 비자 신청서와 사진도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 현지에서 준비하려면 사진관이나 복사기를 찾기 어려워 애를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히말라야를 향한 여정

올해 3월 20일, 채 작가는 네팔로 향했다. 한국을 떠난 지 7시간 10분 만에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카트만두는 네팔의 수도이고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 속하지만 아직 공항의 규모는 작다.

네팔은 위로는 중국의 티베트고원과 접하고 아래로는 인도의 인도평원과 닿아 있다. 인구 3,000만에 달하는 이 나라는 얼마 전까지 세계에서 행복지수 1위인 국가였으나 인터넷이 발달하고 국민들이 다른 나라의 모습과 자국을 비교하면서 안타깝게도 행복지수는 급격히 추락했다고 한다.

반면 네팔 전체 인구의 40%가 15세 미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20대 미만 인구가 27%인데 비하면 굉장히 젊은 나라다. 아직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랑탕은 영국의 탐험가 틸만이 1949년에 처음 발견했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트래커들에게 찬사를 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5년 대지진으로 8,964명이 사망하고 21,952명이 부상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9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부서진 건물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계곡은 온통 회색의 화산재로 뒤덮여 있다.

마을이 사라진 곳 위에 좁은 길이 생기고 땅속 깊이 묻힌 사람들의 모습은 그저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채 작가는 폐허를 걸어가면서 지진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했고 엄청난 재난 앞에 숙연해졌다고 한다.

랑탕은 티베트어로 '소치는 들판'이라는 뜻으로 야크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진은 야크의 생존도 위협했는데 풀이 자라지 않고 그나마 있는 야크도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기 때문이란다.

지진과 온난화로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랑탕이지만 가끔 만나는 붉은 랄리구라스 꽃은 다시 작가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했다고 한다. 이 꽃은 네팔의 국화로 강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이 네팔인들을 닮았다. 여행 중 만나는 현지 아이에게 채 작가는 학용품을 건넸다고 한다. 용기를 잃지 말라는 마음을 건넨 것이라고.

작가가 머물던 숙소도 공개했다. 나무 땔감 한 토막에 만 원을 지불해야 할 정도로 물자가 부족한 곳이다. 푸세식 화장실이 특이하게도 방 안에 있고 건물벽 틈 사이로 바람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식사는 감자전이 그래도 맛있고 가져간 비상식량인 카레 등으로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트래커들에게 사랑받는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는 높이 8,000m의 세계 10위 봉우리다. 산스크리트어로 '가득한 음식'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 교통이나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 트래킹 중에는 고산병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 협곡을 따라 흐르는 하도의 고도가 4,500m 정도이기 때문에 그렇다.

안나푸르나에 가기 위해서 지나는 눈 덮인 릴리초 호수와 소롱나 언덕에서 남긴 사진을 보며 관람객은 감탄했다. 작가가 왜 고생 속에서 그곳으로 향했는지 다들 짐작되는 듯했다. 문명의 편리함보다 자연의 숭고함을 택한 이유는 그런 물질의 추구가 정신을 허기지게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히말라야 16좌는 기존의 14좌에서 위성봉 얄룽캉(칸첸중가 서봉)과 로체샤르(에베레스트 남봉)를 더했다. 우리나라 엄홍길 대장이 2007년 세계 최초로 16좌 등정에 성공했다.

쿰부 지방은 네팔을 대표하는 트레킹 지역으로 에베레스트, 로체, 눕체, 마칼루, 초오유 등의 8,000m급 고봉들과 아마다블람, 탐세르쿠, 강테가, 쿰비율라 등의 봉우리가 있으며 세계각국 원정대들의 등반을 돕기로 유명한 고산족 세르파족이 사는 지역이다.

채 작가의 이번 여정은 히말라야 가장 험준한 3개의 고개인 콩마라, 촐라, 렌조라이다.

"히말라야 설원을 걷다 보니 세상엔 참으로 숨은 고수가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팔 속담에 너무 빨리 걷지 마라.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명체조차 살지 못하는 이런 산을 헤아릴 수 없이 넘고 사슴 눈망울을 가진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며 인간 본연의 시간을 되찾는 계기였습니다."

작가는 첫사랑이 에베레스트란다. 이런 첫사랑 다시 또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 채형식 작가의 히말라야 3대 트레킹코스 토크 콘서트 11일, 안양예술인 센터에서 시인이자 산악인인 채형식 작가의 아트 콘서트가 열렸다. 20대부터 산악인으로 활동해온 채 작가가 들려주는 히말라야 이야기가 늦더위를 잊게 했다. 히말라야 3대 트레킹 코스는 랑탕, 안나푸르나, 히말라야이다
ⓒ 김은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