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하며 '핵 자신감'…"생산량 급증 우려"
북한이 13일 우라늄 농축 시설을 최초로 공개하며 원심분리기가 빼곡히 들어선 시설 내부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둘러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함께 보도했다. 사진상으로 분석에 한계에 있지만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만들거나 시설 확장에 나설 경우 핵무기 생산 능력이 비약적으로 증대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영변, 강선, 제3의 장소?
그러나 통신은 김정은이 방문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어디에 위치했는지는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과 평양 부근 강선 단지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갖추고 있다.
앞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2010년 11월이다. 북한은 당시 미국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줬다. 헤커 박사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영변을 방문한 유일한 인물이다.
과거부터 북·미 '딜 브레이커'
이날 공개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영변인지, 강선인지, 혹은 제3의 장소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가 그간 '비밀 핵시설'로 지목했던 강선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캐스케이드를 다량으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제3의 장소라기보다는 강선 핵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거나 혹은 그간 꾸준히 시설을 확장해왔던 영변 핵시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그간 존재 자체를 부정해왔던 강선 핵시설을 이날 전격적으로 공개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은 민생 분야 제재 완화를 대가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제안하면서도 강선 등 여타 핵시설에 대해선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영변 외에도 강선을 비롯해 평안북도 태천, 자강도 희천, 양강도 영저리 등에 핵시설을 추가로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처럼 과거부터 북한의 HEU는 북·미 협상의 '딜 브레이커'(협상 결렬 요인)로 작용했다. 2002년 10월 방북했던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HEU 확보를 목적으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강석주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는 핵무기보다 더한 것도 갖기로 되어있다"(We're entitled to more powerful nuclear weapons)며 이를 시인하는 취지로 비칠만한 발언을 했고 이는 북·미 제네바 합의(1994년) 붕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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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핵무기 생산 능력은
북한이 은닉된 우라늄농축시설에서 생산하는 HEU 규모를 정확히 따지기는 쉽지 않지만 연간 10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한·미 당국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은폐가 가능한 시설에서 워낙 은밀하게 생산하기 때문에 한·미도 대략적인 생산량과 생산 능력을 추정할 뿐"이라며 "북한 또한 이날 최초로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정보는 노출하지 않되 앞으로 더 많은 핵물질을 생산하겠다는 위협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까지 우라늄 농축을 위한 시설을 늘렸거나 개량형을 도입했다면 핵무기 생산 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춘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연구위원은 "헤커 박사가 목격했던 영변의 P2 형태의 원심분리기 2000개로 북한은 2010년에 이미 매년 40㎏의 HEU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영변과 강선 등 핵시설의 확장, 시설 개량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최대 연간 200~400㎏ 규모의 HEU 생산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은 이날 △원심분리기의 개별분리능력을 높이고 △신형 원심분리기 도입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토대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북한이 자체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이란처럼 향후 관련 시설을 개선·확장한 뒤 협상 카드로 차차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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