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가 필요해" 오만에서 깨달은 명절의 의미

신예진 2024. 9. 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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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소하르에서 보낸 잊지 못할 이슬람 명절 이드(EID)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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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진 기자]

▲ 두바이로 향하는 오만 도로 풍경 오만의 도로는 화성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뜨거운 열 때문에 대낮에는 길거리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 없다. 오만에서 두바이로 가는 히치하이크를 시도했다. 장정 450km 되는 거리 히치하이크를 한 번에 성공할 리가. 껌껌해진 밤이 되어 머물게 된 오만 마을, 소하르(Sohar). 아는 이도 없는 소하르에 도착하니 어느새 밤이 찾아온다.
ⓒ 신예진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명절 연휴 이야기로 떠들썩한 요즘. 문득 오만에서 보낸 이슬람 최대 명절의 순간이 떠오른다. 우연히 머무른 오만의 한 마을에서 보낸 잊지 못한 명절은 내게 명절의 진정한 의미와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오만 사람들과 삶을 나누며 서아시아에 대한 편견을 깨고, 가족의 의미를 돌아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 오만 소하르의 위치. [출처: 구글지도] 소하르는 오만의 주요 항구도시로 수도 무스카트와 두바이 사이에 있다. 고대 해상 무역의 중심지인 소하르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무역으로 활발했던 곳이다.
ⓒ 신예진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두바이로 가는 히치하이크를 시도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찾아온다. 급하게 머물게 된 마을은 항구도시 소하르(Sohar)이다. 깜깜한 밤에 소하르에 다다르니 무스카트 여행 중 만난 친구의 고향이라는 게 기억났다.

그에게 급하게 연락하니 고향에 온 걸 환영한다며 집에 초대했다. 일을 해야 하는 친구는 고향에 내려오지 못하지만, 그의 가족은 갑작스러운 여행자를 과분하게 환영했다. 여동생 트위바는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데이지! 너를 기다렸어!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내일은 이드(EID) 날이야! 친척들도 와서 다양한 음식을 먹을 거야. 데이지 너도 함께 하자!"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EID)'는 라마단 금식 기간 이후 이루어진다. 이드 동안 가족들은 다양한 전통 음식을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트위바 가족의 환대는 히치하이크로 피곤한 나에게 풍만한 밤을 가져다 주었다. 따뜻한 마음으로 처음 보내될 이슬람 명절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올랐다.
▲ 명절을 맞아 전통 복장을 입고 모인 오만 가족 이슬람 최대 명절인 EID를 맞아 '디쉬다샤'(Dishdasha) 전통의상을 입고 가족이 다 함께 모였다. Eid al-Fitr와 Eid al-Adha 두 가지로 나뉜다. 끝을 의미하는 'Fitr'을 가진 Eid al-Fitr는 이슬람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는 것을 기념한다. 희생을 뜻하는 'Adha'의 Eid al-Adha는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자기 아들을 희생하려 한 이야기를 기념하고자 만들어진 명절이다. 내가 함께한 명절은 Eid al-ADHA였다.
ⓒ 신예진
공동체의 일체감을 느끼는 명절, 이드

아침 해를 맞으며 거실로 나오니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모여 서로 안부를 나누고 있다. 오만 전통 옷 디쉬다샤를 입은 어른들과 귀엽게 꾸민 어린 아이들도 함께 축하 인사를 전하고 선물을 주고 받는다. 참석하지 못하는 친척과는 영상통화를 하고, 곧 오는 친척을 위해 음식을 준비한다. 트위바는 만나는 친척마다 나를 소개해 주며 따뜻한 대가족의 일원으로 맞아준다.

이슬람 최대 명절인 'EID는 Eid al-Fitr'와 'Eid al-Adha'로 나뉜다. 끝을 의미하는 'Fitr'의 'Eid al-Fitr'는 이슬람 금식 기간인 라마단의 끝을 기념한다. 희생을 뜻하는 'Adha'의 'Eid al-Adha'는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자기 아들을 희생하려 한 이야기를 기념한다.

내가 함께 한 명절인 'Eid al-Adha' 명절을 맞아 사람들은 특별한 예배 준비로 분주하다. 희생정신을 나누기 위해 가축을 도살해 가족, 이웃 나아가 궁핍한 이들에게 나누는 예배를 위해서다.
▲ 명절 식사 준비가 한창인 오만사람들 EID를 맞아 특별 의례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도축된 소를 손질하는 사람, 커다란 냄비에 양념을 넣는 사람, 주위에서 술래잡기하며 노는 장난꾸러기까지 명절을 채운다. 가족들은 모두 옆집에 살아 한 마을을 이루고 있으며 고기가 다시 나오면, 마을 가족 다 같이 먹는다. 다 같이 먹을 고기를 다 함께 둥그렇게 앉아 손질하고, 커다란 냄비에 대량의 음식을 만들어 펼쳐놓고 먹으며 서로가 연결됨을 느낀다.
ⓒ 신예진
가족들은 모두 옆집에 살아 한 마을을 이루고 있으며 고기가 다시 나오면, 마을 주민 다 같이 먹는다. 도축 소를 손질하는 사람, 커다란 냄비에 양념을 넣는 사람, 주위에서 술래잡기 하며 노는 장난꾸러기까지. 각자 분주하고 따뜻하게 명절을 채운다. 도축한 고기를 손질해 일부는 땅속에 묻는다. 하나의 구덩이에 두 가족이 먹을 고기를 넣어 훗날 다함께 먹기 위해서다. 깊은 구덩이에 불을 지피고 모두가 소리 내 말한다.

"하나 둘 셋!"

양념된 소를 넣고 뚜껑을 닫는 순간, 온가족은 한마음으로로 구덩이를 바라보며 서로가 연결됨을 느낀다. 다 같이 먹을 고기를 둥그렇게 앉아 손질하고, 펼쳐놓고 먹는다. 단순히 요리하는 과정에서 서로는 공동체의 연결성을 느낀다.

명절의 소중함은 가족의 소중함으로

한바탕 요리를 마친 뒤에도 집 안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속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우연히 트위바 사촌 언니, 메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마케팅 회사에서 일한다며 본인을 소개한다. 그는 자차로 운전하고, 스스로 여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립적이며 자유로 메다의 모습을 통해 서아시아 여성은 수동적이고 집안 역할만 한다고 편견을 가져온 나를 깨닫는다.

"이슬람이 여성들의 권리를 가져간다고 말하고, 남성을 위한 걸로 일부는 여기지만 그렇지 않아. 이슬람은 사람으로 살 권리를 주는 종교야."
▲ 데이지 꽃을 들고있는 메다의 모습 메다는 이혼 부모 아래 생긴 결핍을 성장의 고난으로 받아들이며 어려운 상황을 보내오면서도 스스로 성공한 여성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는 메다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 신예진
메다는 이슬람에서 나아가 본인 이야기를 들려준다.이혼한 부모님 아래 배 다른 자매를 가진 메다는 엄마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빠와 멀리 떨어져 지내며 생긴 결핍은 메다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이건 결핍이 아니라고 말해. 신이 내게 고난을 통해 더 강해지라고 말하는 거야. 아빠 없이 자라왔지만 화목한 가정의 아이들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이야."

자신을 사랑한 아버지이지만, 본인 삶을 살기에 바쁜 메다에게 많은 사랑을 주지 못했다. 이혼 가정 아래에서 어려운 상황을 보내면서도 스스로 성공한 여성이 되겠다고 다짐한 메다이다. 그는 삶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함께 이야기 나눌 누군가와의 사랑이 가장 중요해. 가족에 대한 사랑, 상대방을 향한 사랑, 혹은 다른 종류의 모든 사랑 말이야. 가족은 너에 대해 나쁜 소식을 들어도, 너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존재야.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

그의 말 뒤로 오만 가족은 서로에게 미소를 나누며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려온다. 따뜻하게 공기를 채우는 가족의 분위기를 느끼며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 명절을 맞아 오만 가족과 전통차를 함께 마시며 이야기 나누었다. 오만의 대표적인 전통 차인 '샤이 무스카'는 홍차를 기본으로 하여 카다몬, 사프란을 추가해 향을 더한다. 명절을 찾은 가족들은 함께 밥을 먹은 뒤 다과와 차를 함께 마시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눈다.
ⓒ 신예진
"내 삶의 이유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야. 나를 강하게 만들어줄 가족. 서로 사랑해 주며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는 가족을 갖고 싶어."

메다는 코란의 내용을 덧붙여 말한다.

"이슬람에서 최초의 인간 아담이 외로움을 느꼈기에 알라는 하와를 만들었어. 아담은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 나눌 누군가를 필요로 한 거지.우리는 함께 있을 누군가가 필요할 거야."

사랑하는 삶을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그의 철학은 내게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우린 서로를 통해 사랑을 나눈다. 서로를 통해 행복을 나눈다. 서로를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서로를 위해 삶을 살아간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삶에서 서로에게 빛이 되어준다. 문득 오늘 함께한 오만의 가족들 너머 한국의 가족들, 한국의 명절이 떠오른다.
▲ 이슬람 최대 명절 EID를 함께 즐기며 EID 명절을 맞아 오만 전통 옷을 입은 어른들과 한층 귀엽게 꾸민 어린아이들도 함께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나도 따뜻한 대가족 명절의 일원이 되어 EID를 함께 보냈다. 이슬람 성인 여성의 경우 SNS 기재가 불가하여 모자이크 처리했다.
ⓒ 신예진
명절 때마다 스트레스받는 사람들, 껄끄러운 친척들과 만나며 불편해하는 장면을 한국 미디어에서 보아온 터라 나도 모르게 생긴 명절의 이미지는 반가운 날만은 아니었다. 그 이미지 앞에서 오만에서 보낸 명절은 내게 말한다. 명절이 얼마나 행복한 날인지를. 가족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를. 삶에서 가족을 일상으로 갖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족과 안부를 물으며 전화하고,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오랜만에 만나 웃으며 인사하는 순간.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함께 전통 관례에 맞추어 의식을 치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수많은 대가족이 만나며 서로 삶에서 함께하면서 관계의 튼튼함을 만들고 서로에게 삶의 의미를 더해주는지를 내게 알려준다.

'가족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구나. 친척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구나. 명절이 있는 이유는 소중함을 다시 깨닫기 위해서 구나.'

오만의 마지막 밤이 쏜살같이 사라지기 전, 오만이 내게 알려준 명절의 소중함을 곱씹는다. 가족의 소중함을 곱씹는다. 환장적인 EID를 되돌아보며 이번 다가올 추석을 상상한다. 그리고 나직이 읊는다.

소중하다, 소중하다, 소중하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해당 기사의 원본 이야기는 기사 발행 후 기자의 브런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aisyp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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