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청부사라는 표현, 아직도 마음에 든다"...'ML 36승 투수' 라우어가 느끼는 책임감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완벽한 투구 내용이었다. KIA 타이거즈 에릭 라우어가 2경기 연속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면서 시즌 2승 도전에 성공했다.
라우어는 12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14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1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10-0 대승에 기여했다.
직전 경기였던 5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6⅓이닝 5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한 데 이어 2경기 연속으로 6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켰다. 또한 지난달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약 한 달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라우어는 1회초 윤동희-고승민-손호영에게 삼진, 유격수 땅볼, 1루수 뜬공을 유도했고, 2회초 빅터 레이예스-전준우-나승엽을 삼진, 유격수 땅볼, 투수 땅볼로 잡아냈다. 3회초 정훈-박승욱-강태율에게 우익수 뜬공, 삼진, 2루수 땅볼을 이끌어내면서 3이닝 동안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2회초 2사에서는 글러브로 나승엽의 강습타구를 막은 뒤 침착하게 송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4회초 1사까지 10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간 라우어는 1사에서 고승민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손호영의 2루수 뜬공과 레이예스의 삼진으로 이닝을 매조졌다. 5회초에는 전준우의 삼진 이후 나승엽, 정훈을 각각 중견수 뜬공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라우어는 6회초 선두타자 박승욱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노히트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강태율-윤동희-고승민에게 모두 삼진을 솎아내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고, 7회초를 앞두고 장현식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라우어는 "내가 느끼기에도 지난 경기보다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볼 배합이나 공의 로케이션이 지난 등판보다 더 좋아졌다는 걸 느꼈다. 최대한 실수가 나오지 않게끔 집중했고, 실제로도 실투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약간 실수하더라도 크게 위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만족한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6회초 무사에서) 오히려 노히트 행진이 깨지면서 부담감을 덜고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노히트 행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상대 타자가 대처를 잘해서 만들어진 안타라 크게 흔들리진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라우어는 KBO리그 입성 당시 '빅리그 36승'이라는 이력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나아진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는 중이다.
라우어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는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하다 보면 공이 수박처럼 보인다고 해서 타자들이 좀 더 자신감 있게 스윙한다고 하는데, KBO리그의 경우 타자들이 낮은 공을 좀 더 치려고 하다 보니까 한국에선 하이 패스트볼을 셋업 피치로 두고 계속 사용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투수판을 밟는 위치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올해 위치를 계속 바꾸면서 어느 위치에 섰을 때 가장 잘 던질 수 있는지를 찾으려고 했고, 최근 들어서 그 지점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 오늘(12일) 경기에서는 웬만하면 투구판 가운데에서 던지려고 했는데, 그게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던질 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직 한국에 온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KBO리그를 경험한 소감은 어떨까. 라우어는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상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O리그가 파워보다는 스몰볼에 좀 더 맞춰져 있고, 상대가 안타나 단타 위주로 노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오히려 투구 면에서 다른 게 있었다. 한 경기에서 많이 던지고 내가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생각하고 왔는데, 충분히 투구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선수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이야기했다.
'빅리그 36승 투수'라는 이력과 더불어 늘 라우어를 따라다니는 표현, 바로 '우승청부사'다. 지난달 8일 취재진과 처음 만났던 라우어는 우승청부사라는 별명에 대해서 "마음에 든다. 그 닉네임 자체가 팀 우승에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이지 않나. 그에 맞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라우어는 "아직 포스트시즌에 가기 위한 단계에 있다고 본다.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이후에는 어느 정도 포스트시즌 모드에 돌입하지 않을까 싶다"며 "(첫 인터뷰 당시 우승청부사라는 표현을 좋아한다고 했던 것에 대해서) 그건 아직도 마음에 든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광주, 유준상 기자 / 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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