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건 새뿐만이 아니다
[김지영 기자]
언젠가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거리를 걷다가 새소리가 들려오면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알고 있는 새라고 해봐야 비둘기와 참새, 까치와 까마귀 정도로 채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도 없었지만 언젠가 도서관에서 <동네에서 만난 새>란 책을 읽고는 생각보다 동네에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새에게 관심이 생겼다.
새의 울음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 새소리가 '사랑'을 찾는 노력의 일종이라는 것도 봄이 다가도록 높은 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새들은 사랑을 찾지 못한 새들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어떤 생명체의 사정을 알게 되면 그이가 예전과는 다르게 보인다는 건 비단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 했다.
보통은 무리 생활을 하고, 종종 '자유'라는 클리셰적 상징으로 사용되며, 도시든 시골이든 익숙하게 볼 수 있지만 때때로 인간에게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은 존재에 대하여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 그림책 ‘점과 선과 새’ 표지 |
ⓒ 김지영 |
참새를 안고 어딘가로 급하게 달려가는 까마귀의 모습. 그리고 까마귀의 독백이 이어진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새들이 힘을 합쳐 투명 유리창 위에 점과 선을 찍는 생각. 마치 즐거운 놀이처럼 빌딩 유리창마다 참새의 몸의 너비에 맞게 그려진 점들이 널리 퍼진다.
그러나 그것은 까마귀의 상상일 뿐. 친구 참새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그래도 까마귀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몰라'라고. 단 몇 명이라도 빌딩에 점과 선을 그리는 친구들이 있어준다면…..(또 다른 친구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얼마 전 한 출판사의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북 선반에 비치되어 판매중이던 책들을 살펴보다가 이 그림책을 발견했다. 우선 새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림책을 집어들자 표지의 촉감이 여느 책과는 달랐다. 반지르르 하고 매끄러운 보통의 하드표지가 아니라 털 섬유를 쓰다듬을 때 느껴지는 뽀송한 질감의 표지에 사르르 마음이 풀렸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인 투명유리창과 방어벽에 부딪혀 사망하는 새에 관한 씁쓸한 이야기를 다정하고 따뜻한 그림체로 풀어내는 작가의 마음 같았다. 자, 이제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말은 거는 것 같은.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 <동네에서 만난 새>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새들이 유리창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빠른 속도로 비행하던 새들은 유리창에 반사된 풍경을 실제 풍경으로 착각해 그대로 날아가다가 유리창에 부딪혀 사망에 이를 정도로 큰 충격을 받는다.
▲ 책 ‘동네에서 만난 새’ 표지 |
ⓒ 김지영 |
최근 동물권이란 개념이 알려지면서 비인간동물 역시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그런데 이 동물권이라는 개념은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지식인들 사이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에 관심을 갖는 과정에서 비인간에게로 확대된 개념'이라고 한다. 동물권을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과 연장선상에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새에 관한 이 그림책을 그저 나와는 관계없는 동물들의 사정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의 투명유리창(편견이나 선입견 또는 불합리한 대처 등)에 부딪혀 사망하는 존재는 (비단 새뿐만이 아니라) 언젠가 내가 될 수도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동네에서 만난 새 가족 살고 있는 동네 어디서든,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새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김지영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만 전자'도 깨질 위기... 미국 수상한데 한가한 윤 정부
- '지역 유지 자제 집단성폭행 연루' 소문... 언론·시민사회도 침묵
- "총리가 가짜뉴스라더니"... 코앞 응급실 못간 여대생 결국 사망
- 의대 정원 확대가 고3 아들에게 미친 영향
- 배추 한 포기에 만 원..."내일은 더 비쌀지 몰라요"
- 반려견 산책, 가능하면 많이 할수록 좋은 걸까요
- [이충재 칼럼] 김건희 여사, 내리막길이 보인다
- 이원석 검찰총장의 퇴임사 "검찰 악마화 심화"
- 한동훈 고소한 곽노현 "진성준·김민석도 대응 검토"
- "대통령실로 보낸 낙동강 녹조 택배 '배달 완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