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평화를 위해 더 노력해야"

지창영 2024. 9. 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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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시민단체,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학술 심포지엄 개최

[지창영 기자]

인천상륙작전을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학술 심포지엄이 9월 12일 인천YWCA 7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인천시가 인천상륙작전 74주년을 크게 기념하는 가운데 이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준비된 행사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하고 평화를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발표자들은 한국전쟁 당시의 인천상륙작전에 국한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위한 열강의 한반도 침탈 기점으로서의 인천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다루었다.
 인사말을 하는 이성재 6.15인천본부 상임공동대표
ⓒ 지창영
이성재 6.15인천본부 상임공동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학술행사를 연다"면서 "민선 8기 유정복 인천 시장이 작년부터 인천상륙작전을 전승기념일로 포장하여 대대적인 행사를 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국비 13억과 시비 7억, 합계 20억 원을 들여 함상에서 기념식을 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와서 '힘에 의한 평화, 자유' 운운하며" 평화보다는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올해는 국비가 삭감되어 17억 원이 투입된 행사가 오늘까지 진행된다"면서 인천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행사를 크게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시민단체에서는 열악한 조건에서 학술행사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함께해 준 단체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기조발표에 나선 이재봉 원광대 명예교수는 "6.25 전쟁이라는 용어에는 특정 날짜를 강조함으로써 북한이 먼저 침략했다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결의식을 부추기는 편협한 사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미국의 패권이 점점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은 국제 정세를 주시하면서 국익을 살피는 대신 미국만 추종하고 있어 위험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은 NLL(북방한계선)을 두고 남과 북 사이에 갈등의 소지가 큰 만큼 인천을 분단과 전쟁의 도시가 아닌 평화와 통일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조발표를 하고 있는 이재봉 원광대 명예교수
ⓒ 지창영
첫 번째 발표자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연구소장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는 그럴 만한 사유도 없는 불법적 침략에 불과했으며, 프랑스와 미국이 자국의 산업적 이익을 위해 조선에 함포 포격으로 약탈을 감행한 것"이라며 "신미양요 당시 미군은 약 300명의 조선 군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한국 정부와 강화군은 수자기(帥字旗)와 기타 노략질한 장비의 환수를 요구해야 하며, 전쟁 배상을 요구"하는 한편 "광성보의 무명용사 묘역을 국립묘지로 승격"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무엇보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미국, 일본의 책략에 대해 분명히 대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병인, 신미양요에 대해 발표중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지창영
두 번째 발표에 나선 홍용덕 한신대 외래교수는 "인천은 130년 전 10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청일·러일전쟁의 기점으로서 일본군의 인천 상륙은 청일전쟁을 여는 출발점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두 전쟁은 "서로 다른 별개의 전쟁이 아니라 열강의 세력권 다툼이라는 점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 두 전쟁은 "지나간 역사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면서 "대한제국의 일제 식민화는 러시아와 청이라는 대륙의 러청동맹과 러시아의 세력권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영국과 일본이 체결한 영일동맹이라는 4국 양대 동맹체제 속에서 강대국의 거래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고 이 체제가 "20세기 소련과 중국, 미국과 일본의 동맹체제로 복원되는 과정에서 한반도가 분단됐으며 21세기에 다시 러시아와 중국 대 미국과 일본이 대립하는 4국 양대 동맹체제의 부활을 목도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청일, 러일전쟁과 일본군의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발표하는 홍용덕 한신대 외래교수
ⓒ 지창영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 최태육 소장은 세 번째 발표에서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을 다루면서 해당 작전에서 자행된 학살은 전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 전쟁 수행을 위해 정책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NSC8(한국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관련한 미 NSC의 보고서)등 주로 가해자 측인 미국의 문서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연구한 결과로 볼 때 "인천상륙작전은 미국의 패권 유지, 강화를 위한 전쟁 승리가 그 목적으로서 그에 따라 민간인에 대한 예방학살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론에 이르러 "인천을 평화의 도시로 만들려 한다면 이에 대한 역사 규명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쟁과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발표하는 최태육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장
ⓒ 지창영
정세일 생명평화포럼 대표를 좌장으로 한 종합토론에서 토론자들은 시의적절한 심포지움이었다고 입을 모으면서 발표 내용의 충실성에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임재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은 "인천상륙작전은 철저하게 기획되고 연출된 전쟁 범죄로서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예방학살이라는 말도 안 되는 범죄가 자행되는 일은 없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쟁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는 "인천에 살면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인천상륙작전"이라면서 인천에는 정치인이 유세를 와도, 기업들이 진출해도, 심지어 가수가 공연을 와도 '인천상륙작전'이라는 말로 무분별하게 포장한다"고 개탄하고 "머지않아 일본 자위대가 미국의 지원 아래 또다시 인천 혹은 한반도에 상륙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토론이 진행 중인 행사장
ⓒ 지창영
 종합토론 좌장 정세일 생명평화포럼 대표의 마무리 발언
ⓒ 지창영
좌장은 "우리는 역사적으로 전쟁과 악연이 깊고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은 도시 인천에 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유정복 시장이 추진하는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와 같이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운데 저지르는 오류를 "우리가 저지하지 않으면 전쟁의 화가 우리에게 미칠 수도 있다는 각오로 평화를 위해 더 힘 있게 노력하자"고 마무리했다.

이 행사는 인천지역연대, 서비스연맹인천본부, 금속노조한국지엠지부, 금속노조인천지부, 금속노조인천지부GMTCK지회, 민족문제연구소인천지부,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생명평화포럼에서 공동으로 주최하고 6.15인천본부, 인천자주평화연대, 노동희망발전소가 주관하였으며 민주노총인천본부와 인천참언론시민연합의 후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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