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가 10세 여아에 "뽀뽀하자"…1∙2심 갈렸다, 대법의 판단은
38세 남성이 10세 여아에게 상당한 이성적 호감을 표현하면서 뽀뽀·결혼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면 성착취 목적 대화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원심을 단순 수긍한 판결이긴 하지만, 아동에게 뽀뽀라는 단어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는 13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씨에겐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에 사회봉사명령 20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명령 40시간, 취업제한 5년이 확정됐다.
A씨는 만 38세이던 2022년 1월 한 온라인 게임에서 당시 10세 여아 B씨를 알게 됐다. A씨는 B씨가 10살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 키 179 기억해야해. (네 키) 141이면 내가 들어야 뽀뽀할 수 있겠네 ㅋㅋㅋ” 등 20일간 45회 메시지를 보냈다. 뽀뽀하는 입술 사진, 자필로 쓴 결혼서약서 등 사진을 요구하거나 “좋아한다”는 말을 녹음해 보내라고 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결국 A씨는 아동학대법과 아청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모두 유죄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법원별 판단은 달랐다. 1심은 아동학대법 위반만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아동학대뿐 아니라 아청법 위반도 인정하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에 관해선 이견이 없었지만, 쟁점은 뽀뽀·결혼 등의 대화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지였다. 아청법상 성착취 목적 대화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대화에 지속적으로 참여시키는 행위’ 또는 ‘각종 성교 행위를 하도록 유인·유하는 행위’를 뜻한다.(15조의 2)
1심 재판부는 “A씨는 각종의 성행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묘사하지 않았고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신체 부위나 물건·장소 등에 관한 직접적·은유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성적 욕망에는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된다”며 “특히 성적 수치심의 경우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A씨와 B씨의의 성별과 연령, 피해자가 느낀 감정 및 대처방법, A씨가 메시지를 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해 보면, 해당 메시지는 B씨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성적 도의관념에 비추어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대화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어 “당시 만 38세이던 A씨가 만 10세에 불과한 B씨에 이 사건 메시지와 같은 내용이 담긴 연애감정 표시는 그 자체로 성적인 함의를 불러일으키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다”며 “B씨는 A씨와의 대화 내용이 엄마가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A씨 요구에 응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2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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