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대기로 1만4000명 숨져"…英총리 공공의료개혁 칼뺐다
영국 병원에서 응급실에서 대기하다가 숨지는 사람이 한 해 1만4000명에 달하는 등 공공의료 위기가 심각하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개혁 아니면 죽음"을 외치며 공공의료 개혁을 공언했다.
1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연설과 SNS를 통해 "국민 여러분이 국민보건서비스(NHS)의 현 상태에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반창고를 붙이는 식이 아닌 대대적 수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NHS는 개혁 없이 자금을 더 받지 못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세금을 더 낼 여유가 없음을 알기에 개혁 아니면 죽음"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수도꼭지를 틀기 전에 배관부터 고쳐야 한다"며 10년 장기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10년 계획은 내년 봄에 발표될 전망이다.
그는 '의사 노조가 생산성 개혁을 환영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화를 억제하는 누구와도 맞서 싸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스타머 총리는 왕립검찰청(CPS) 청장 시절을 언급하며 "개혁을 시도할 때마다 반대자가 있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이와 관련, 의료 노조인 영국의학협회(BMA) 관계자는 더타임스에 "의사들은 오랫동안 보건서비스 개혁을 요구하는 데 앞장섰다"며 "정부와 긍정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야당인 보수당은 스타머 총리가 국민들이 세금 인상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 위해 공공 의료 문제를 과장했다고 비난했다.
1년이상 대기자 2만명→30만명
이번 공공의료 개혁 근거가 된 보고서는 전직 보건부 부장관인 아라 다지 상원의원이 주축이 돼 작성했다. 다지 의원은 설립된 지 76년인 NHS가 "위태로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지난 7월 초 영국 총선 기간 최대 현안이었던 공공의료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머 정부가 출범 직후 의뢰했다.
원래 영국은 공공 재정으로 병원을 운영한다. 그래서 치과 치료 등 일부를 빼면 대부분 무상 의료 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공의료 체계를 갖춰 영국인들은 오랫동안 자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랬던 NHS의 만족도가 최근 수 년만에 급락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010년 70%였던 NHS 만족도는 지난해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83년 이래 최저치인 24%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잉글랜드 응급실(A&E)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과정에서 연 1만4000명이 추가적으로 숨지고 있다"는 응급의료협회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이는 NHS가 설립된 1948년 이후 영국군 전사자 수의 두 배를 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응급 환자의 10%는 진료를 받기 전에 12시간 이상 기다렸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18주 이내에 받아야 할 병원 진료를 1년 넘게 기다린 사람 수는 2010년 2만명에서 30만명으로 1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10년대 정부의 재정 긴축, 자본투자 부족, 코로나19 사태 등을 병원 효율성 저하의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2010년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자본투자가 370억 파운드(약 62조8000억원) 부족한 탓에 허물어지는 건물에 환자들을 수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렇게 공공의료가 무너지자 국민건강도 함께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기준 영국에서 건강 문제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280만명이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암 사망률도 높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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