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10월 재보선, 야권 단결해야... 경쟁구도 되면 진보 분화"

완도신문 김형진 2024. 9.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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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금은 단결해서 정권교체 매진해야", 지방선거에는 "개입 안 할 것"

[완도신문 김형진]

몇 번의 수인사는 나눴지만,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지난 8일 오전 9시 민주당 해남 당사,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역 현안을 두루 살폈다.

그 나이면 정치 뒷전으로 물러나 훈수나 두면서 세월을 보낼 수도 있는데, 프로바둑기사로 치면 20대 현역기사들과 생사를 넘나드는 토너먼트를 치르는 노기사와 같이 살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어떻게 '판'을 넓고 깊게 보는지, 현안에 어떤 통찰을 구사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호랑이처럼 싸우고 소처럼 일한다"
ⓒ 완도신문
지난 8월 박지원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완섭 환경부장관을 상대로 지역 현안에 대한 유의미한 답변을 이끌어냈다. 당시 박 의원의 말이다.

"울릉도 공항과 흑산도 공항, 진도 남도국악원 등 해상국립공원 지역으로 묶여 있어 지자체의 핵심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완도의 경우 전체가 바다이고 섬인데, 국가 주도로 설립된 해양치유센터의 경우, 한 해 3만명이 방문하고 있지만, 규제구역으로 묶여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주변 인프라가 구축돼야 지역도 살고 국가 정책의 당위성을 증명한다. 규제를 완화해달라."

이에 김완섭 환경부장관은 "규제가 목적이 아닌 지속 가능한 관리에 힘 쓰겠다"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주민들의 관심사를 잘 지적했다'는 기자의 말에 박지원 의원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호랑이처럼 싸우고 소처럼 일한다'이다. 법사위가 좋은 것은 모든 부처를 대상으로 질의를 할 수 있는데, 국립공원 규제 완화는 완도의 현안사업을 푸는 열쇠 같았다"라고 답했다.

또다른 지역 현안도 물었다. '해남~광주 고속도로냐? 완도~광주 고속도로냐? 명칭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가볍게 웃으며 "그거야 당연히, 완도~광주 고속도로 아니냐?"라며 "국토부장관에게 공사는 빠르게 단, 해남에 인터체인지 하나 해달라 했다"고 말했다.

"10월 재보궐선거, 민주당-조국혁신당 경쟁구도로 가면 진보 분화 시작"
 10·16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 3파전.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장세일(60) 후보, 조국혁신당 장현(67) 후보, 진보당 이석하(53) 후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은 최근 전당대회를 마무리했다. 최고위원 선거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호남 출신 후보인 민형배 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되지 못하면서 호남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두고 박지원 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국회는 선수가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민주당 최고위원을 배출하지 못한 책임에는 박지원의 책임이 크다. 민형배 의원을 도와줬지만 정치는 도전이다. 활발하게 도전하는 자세, 초선들이 잘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참고로 민주당은 인터뷰 이후인 지난 12일 호남 몫으로 전남 여수갑 재선의 주철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내정했다.

'여의도 정치 역학구도'와 지역이 맞물리는 이슈도 있다. 바로 10.16 재보궐선거. 현재 민주당 텃밭이라 불리는 영광군수 재선거 국면에서 조국혁신당이 '정면대결'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장세일 전 전남도의원이, 조국혁신당에선 장현 전 호남대 교수가, 진보당에선 이석하 영광군지역위원장이 나섰다.

박 의원은 영광군수 재선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격돌구조를 두고 정가에선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한 반론을 물었다.

그때 마침, 박 의원에게 걸려오는 김민석 최고위원의 전화. 두 의원은 영광군수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보였다. 통화를 마친 박 의원은 기자에게 '단결'을 강조했다.

"우리의 목표는 정권교체다. 그 대의를 위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서로가 힘을 모으는 것이다. 호남은 고인 물이 썩는 곳이 아니다. 김대중, 장보고, 전봉준의 피가 흐르고 전략적 투표로 민주화를 선도했다. 10월 재보선부터 경쟁구도로 가면 진보세력의 분화가 시작된다. 지금은 단결해서 정권교체에 매진해야 한다."

지역 정치인 줄세우기?... "지방선거 개입 안 해, 공천권은 군민·당원에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박지원 의원을 상징하는 말로는 '금귀월래(금요일 밤에 지역구에 가 주민들을 만나고 월요일 아침에 여의도로 돌아온다는 뜻)'가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누군가는 민심 청취를 위한 탁월한 선택이라고 긍정평가 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차기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줄서기를 초래한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지역 이슈, 인재 발굴이라는 과제 역시 지역구 의원은 수행해야 할 터. 앞으로 1년 6개월여 남은 지방선거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분명한 것은, 지방선거에서 박지원은 철저하게 개입하지 않겠다. 민주당의 공천권은 군민과 당원에게 있다. 지역 정치인들과 현장에 가는 건 나쁜 게 아니다. 현재 지역 의원들이 잘했다고 보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정치를 하는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지역을 돌아보면, 군수 하나만 보고 있다. 인재들이라면 과감하게 도전해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개혁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장의 가장 밑바닥을 다니며 민심을 듣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최고로 우선해야 하는 책무다. 해남에 군사시설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현장에 가서 듣고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약산 광어 양식장에 큰 규모의 피해가 났을 때 이를 돕는 모습도 좋았다.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완도와 신안은 미래가 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혜택이 더 가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고 이러한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가 중요하다. 결국 좋은 정치란 이러한 열린 마음으로 약자를 대변하는 것, 그러한 인재들이 많을수록 그 지역은 발전할 수 있다."

장수도 해상경계 분쟁에는 "최선 다해 도울 것, 다만 정쟁으로 비쳐선 안 될 것 같다"

최근 장수도(사수도)를 둘러 싼 완도-제주간 해상경계 분쟁과 관련해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박 의원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지원 의원은 "우리 땅이란 근거가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며 "다만 세계적으로 볼 때 종교와 영토 문제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지역간 또 이것이 정쟁으로 비쳐선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군민이 반대하면 박지원은 반대다.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현명한 지혜를 모아 대처해 나갔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박지원 의원은 <완도신문>과 완도군민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창간 34주년을 맞은 <완도신문>을 축하하며, 군민 여러분! 행복한 추석절 되시길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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