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삽질'이 아니라 '달구벌 메소포타미아' 문화를 되살리는 것"
[정수근 기자]
▲ 죽곡산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 습지 달성습지 전경 |
ⓒ 대구환경운동연합 |
▲ 하늘에서 바라본 두물머리 전경. 맨 앞에 보이는 둥근 건물이 4대강 홍보관인 디아크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두물머리 달성습지에서 만난 옛 선조들의 기록
이곳 죽곡산 정산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의 경관은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 선조들 또한 이 절경을 익히 경험했을 것으로 그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죽곡산 동남쪽 낮은 봉우리 쪽에 자리 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강정(浮江亭)에 대한 기록이다.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이자 식물사회와 인간 역사를 넘나들며 탁월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주는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옛 고전에서 이 일대에 대한 기록을 찾아 '유레카'를 외치며 며칠 전 필자에게 그 사실을 전해주었다.
그가 말하는 이 일대 역사성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624년 조선중기 경상도 관찰사 동주 이민구 선생의 책 <동주집>에는 '부강정기(浮江亭記)'란 기록이 있다. 금호강과 낙동강 두물머리 즉 두 강줄기 한가운데 정자에서 기록한 일지로, 이 부강정기를 통해서 이곳에 아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정자가 곳곳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면서 마치 강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정자가 죽곡산 동남편 봉우리에서 디아크 쪽을 바라보면서 자리 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이곳은 예로부터 두물머리 문화를 꽃피운 핵심 공간으로서 달구벌 메소포타미아 즉 대구 문화의 정수가 서린 곳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일대가 싸구려 놀이판이 되지 않도록 하고 '두물머리 달구벌 메소포타미아'란 이곳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것이 진정한 '금호강 르네상스'일 것이다. 부강정(浮江亭)의 문화를 되살리는 정성을 들이는 것이 진정한 달구벌의 정신을 찾는 일이 될 것이다."
▲ 두물머리에 자연이 스스로 조성한 세계적 습지인 달성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러면서 이러한 "몰역사 토건 삽질에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얼토당토않은 이름을 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아의 방주를 닮은 디아크 건설부터가 잘못인데, 거기에 그 디아크와 연계한 문화로 관광산업을 일으키겠다는 참으로 어리석은 '삽질' 기획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며 "이 일대의 역사성을 되찾아가기 위해서라도 홍준표 시장의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달구벌 메소포타미아' 되살리는 것이 진정한 금호강 르네상스
▲ 죽곡산의 윷판형 암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종원 전 교수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옛 문명이 큰 강을 끼고 발달했음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한강을 중심으로 수도 서울이 만들어진 것을 생각하면 낙동강과 금호강이라는 이 두 아름다운 국가하천이 만나는 이곳 두물머리가 대구 정신의 산실이라는 그의 설명은 결코 과한 주장이 아니고, 쉽게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진실'에 가깝다 할 것이다.
▲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조감도. 달성습지 초입에 교량을 건설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 교량 건설은 이 일대의 역사성과 자연생태를 해치는 사업으로 철회를 요구받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으로 만들겠다는 교량이다. 중요한 습지인 달성습지 초입에 분수를 쏘고 화려한 경관조명까지 달았다. 미친 삽질이라 비판받는 이유다. |
ⓒ 대구시 |
즉 지금 이미 놓여 있는, 고속도로를 잇는 금호대교나 더 상류에 있는 강창교를 이용해서 그 다리 아래 작은 보행교를 건설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 동부의 제임스강(James River)은 버지니아주를 흐르는 강이다. 미국 초기 역사에 중요한 거점이 되는 강이다. 사진처럼 교각을 이용한 탐방 트레일 도보와 자전거 통행 길을 만들어 놓았다.
▲ 미국 제임스강에 놓인 다리. 기존 다리 아래 작은 탐방 보행 겸 자전거 전용 길을 만들어 놓았다. |
ⓒ 김종원 |
▲ 미국 제임스강에 놓인 다리. 기존 다리 아래 작은 탐방 보행 겸 자전거 전용 길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도 얼마든지 이런 식으로 만들 수 있다. |
ⓒ 김종원 |
"지금이라도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싸구려 삽질 기획을 중단하고 이곳에 이 일대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자연과 역사를 아우르는 참신한 기획으로 대구의 정신성까지 녹여낼 수 있는 진정한 명소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금호강 르네상스일 것이다. 원한다면 그 길을 도울 용의도 있다."
부디 홍준표 대구시장이 노학자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이곳의 자연과 역사에 걸맞는 두물머리 문화를 복원주기를 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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