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까지 지원했는데”...尹 정부처럼 여소야대에 몸살앓는 세종시[현장에서]
세종시의회는 지난 10일 임시회를 열고 세종시가 제출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12개 사업 예산 24억7943만원을 삭감했다. 의회가 삭감한 예산은 '세종 빛 축제' 개최 관련 6억원과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준비 예산 14억5200만원 등이다. 두 사업은 최민호 세종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빛 축제 1년 만에 폐지…국비 반납 위기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면서 빛 축제는 불과 1년 만에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2026년 4월 세종중앙공원에서 개최 예정인 정원도시박람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정원도시박람회는 정부에서 국제행사 승인을 받아 국비 77억원까지 확보한 상태다. 행사를 열지 못하면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
반면 세종시는 “정원도시박람회를 준비 중인 화훼농가는 물론 관련 산업 전체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정원박람회가 세종시 위상을 높이고 관광 확대와 상가 공실 해소, 묘목·화훼산업 활성화 등 3000억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도 거둘 것으로 세종시는 전망했다.
최민호 "반대 논리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최민호 세종시장은 “시의회가 민주당 시의원들의 설득력이 부족한 비판에 근거해 반대를 거듭하고 예산을 전액 삭감해 박람회와 축제 개최를 무산시켰다”며 “반대 논리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39만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의회는 전체 20석 가운데 13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세종의회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단체장과 다른 소속의 정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이는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대통령이 국민의힘 소속인 대한민국 정치 지형과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세종시의회 민주당은 국회 민주당과 비슷한 행태를 보여왔다. 세종시의회는 지난해 4월 출자·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 가운데 시장 몫을 종전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의회 몫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긴 조례를 처리하기도 했다. 당시 시의회는 전임 시장이 임명한 문화재단 이사장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민호 시장이 강력히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의회는 집행부(세종시)가 다시 예산안을 요청하면 심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산안이 쉽게 통과될지 낙관할 수 없다는 게 세종시 안팎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 최민호 시장은 지난 12일 박람회 개최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하자며 세종시의회에 공개 토론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거부했다. 세종시의회는 "예결위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심의·의결한 사항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시 토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세종시는 민주당의 상징과 같은 도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만든 도시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평생 상생과 타협, 토론을 통한 합의를 강조하며 민주주의 완성을 꿈꿨다. 하지만 세종시의회에서는 이런 노무현 정신이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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