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끝나면 좋았을 영화인데... 속편 왜 만들었지?

양형석 2024. 9. 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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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타임루프 SF스릴러 <나비효과>

[양형석 기자]

미세한 변화와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와 파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현상을 '나비효과'라고 한다. 현재도 나비효과는 날씨 등 과학 분야뿐 아니라 사회,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04년에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타임루프(특정시간대의 무한반복) SF 스릴러 영화 <나비효과>가 개봉해 많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극장-DVD-감독판이 모두 다른 엔딩
 불행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에반의 노력은 '나비효과'로 인해 또 다른 불행으로 이어진다.
ⓒ (주)쇼박스
영화 <나비효과>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에릭 브레스 감독과 J.마키에 그루버 감독이 공동 연출했고 떠오르는 스타 애쉬튼 커쳐가 주연과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1300만 달러라는 많지 않은 제작비가 말해주듯 크게 주목 받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나비효과>는 세계적으로 96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극장가에 작은 이변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123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 어린 시절부터 단기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던 에반(애쉬튼 커쳐 분)이 7살 때부터 쓰던 일기를 통해 시공간을 이동해 미래를 바꾸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미래를 바꾸기 위한 에반의 노력은 '나비효과'로 인해 조금씩 어긋나고 주변 또는 자신에게 불행한 일을 초래한다. 에반은 현재의 불행한 일을 바꾸기 위해 또 다른 '나비효과'가 발생하는 줄도 모르고 시간 여행을 반복한다.

영화는 무려 4가지의 '멀티엔딩'이 등장하는 영화로 유명하다. 에반이 사랑하는 케일리(에이미 스마트 분)와의 인연을 끊는 극장판 엔딩과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가거나 다시 만나 이어지는 2가지 버전의 DVD 엔딩도 있다. 그리고 에반이 어머니의 출산 직전으로 돌아가 자신의 목에 탯줄을 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에반을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지는 '감독판 엔딩'도 있다.

영화에서는 종종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나비효과>가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실제로 미국의 영화평론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34%라는 낮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같은 사이트에서 관객 점수는 81%에 달했고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서도 7620명의 많은 네티즌들에게 9.22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1편으로 제작비의 7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린 <나비효과>는 2006년에 개봉한 속편에서 감독과 주요 배우들이 모두 교체됐고 96만 달러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영화는 2009년 3편까지 제작됐지만 흥행 성적은 70만 달러로 더 떨어졌다. 1편의 흥행을 통해 '작은 영화의 기적'을 만들며 아름답게 마무리했다면 좋았을 영화는 2, 3편의 무리한 제작 때문에 '실패한 시리즈'가 되고 말았다.

데미 무어의 (15살 어린) 전 남편이자 <블랙스완>, <19곰 테드> 등에 출연했던 밀라 쿠니스의 현 남편이기도 한 애쉬튼 커쳐는 <나비효과>에서 과거의 기록물을 통해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에반을 연기했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이지만 연기파 배우와 거리가 있는 애쉬튼 커쳐는 해당 작품에서도 썩 매끄럽지 못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모델과 가수, 배우를 겸하는 에이미 스마트가 연기한 케일리는 주인공 에반이 사랑하는 <나비효과>의 히로인이지만 영화 내용이 내용인 만큼 상당히 거친 삶을 산다. 어린 시절 소아성애자인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은 케일리는 성인이 된 후 마약에 찌든 매춘부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인생도 있는데 결국 케일리는 에반의 희생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진주만>, <매그니피센트7> 등에 출연했던 윌리엄 리 스코트가 연기했던 케일리의 오빠 토미 역시 동생 만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성격이 꼬여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기도 하고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개과천선해 에반의 목숨을 살려주기도 한다.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지 않을 때 건실한 청년으로 자라는 것을 보면 토미는 어린 시절 가정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관객들이 외면한 속편
 1300만 달러에 불과한 적은 제작비로 만든 <나비효과>는 1억 달러에 육박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 (주)쇼박스
한편,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면 제작사에서는 당연히 속편에 대한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전편의 흥행을 이끌었던 감독이나 배우들은 스케줄 문제나 개인적인 계획 등으로 인해 속편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제작사들은 무리해서 감독이나 배우를 교체해 속편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무리하게 만들었다가 관객들을 실망 시키는 속편들도 적지 않다.

얀 드 봉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을 일약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스피드>는 3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3억5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하지만 속편 제작 과정에서 잭 트래븐 형사 역의 키아누 리브스가 하차했고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스피드2>는 북미 4800만 달러 흥행에 그치며 참패했다.

한국 영화 중에는 1999년에 개봉해 231만 관객을 동원했던 코미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이 10여년이 지난 2010년에 속편이 개봉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전편의 주역이었던 이성재와 유오성, 강성진, 유지태 등 대부분의 주요 캐릭터들이 하차하면서 지현우, 조한선, 문원주, 정재훈으로 배우진을 새로 꾸렸다. <주유소 습격사건2>는 전국 74만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1994년 <레옹>이라는 인생작을 만든 뤽 베송 감독은 1997년 <제5원소>, 1999년<잔 다르크>를 연출한 후 2001년 장 르노와 재회해 신작 <와사비>를 선보였다. 뤽 베송 감독이 연출하고 장 르노가 출연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레옹>과는 공통점이 전혀 없는 영화였다. 국내로 수입되면서 제목이 <와사비: 레옹 파트2>로 변경됐고 졸지에 <레옹2>가 된 <와사비>는 1만5000명의 선량한(?) 관객들을 낚았다.

사실 제목장난(?)을 하는 것은 홍콩영화가 가장 심하다. 장학우와 장만옥이 주연을 맡았던 1993년에 개봉한 멜로영화 <비월미정>은 국내에서 <가을 날의 동화2>라는 제목으로 수입되면서 관객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줬다. 1990년 도신(주윤발 분)의 제자 도협(유덕화 분)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 <도협>도 국내에서 <지존무상3>라는 전혀 다른 제목으로 알려지면서 도박영화 마니아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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