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사망 속출에도 한덕수 "죽어나가는 건 가짜뉴스"

임병도 2024. 9. 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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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응급실 뺑뺑이' 인명 사고 지적... 한 총리 "죽어 나가요? 어디에 죽어 나갑니까?"

[임병도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9.12
ⓒ 연합뉴스
'응급실 뺑뺑이'로 인명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가짜뉴스'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2일 국회 본회의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한덕수 총리를 향해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사고 사례가 잇따르고 있죠. 알고 계시죠?"라고 물었고, 한 총리는 "잇따른다는 표현은 좀 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 총리의 답변이 나오자 의석에 있던 야당 의원이 "국민들이 죽어 나가잖아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한 총리는 "그거는 가짜뉴스입니다. 가짜뉴스예요. 죽어 나가요? 어디에 죽어 나갑니까?"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어 "죽어 나간다는 표현은 응급실에서 헌신하는 의료진을 얼마나 서운하게 하는 표현일까"라며 "죽어 나간다는 표현이 뭐냐. 저는 화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대정부질문 전날에도 생후 4개월 영아 응급실 뺑뺑이 겪다 사망

한 총리는 응급실 뺑뺑이로 죽어 나간다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정부질문 바로 전날인 11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생후 4개월 영아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겪다 서울로 이송됐지만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기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11일 오전 7시 34분경 파주시 아파트에서 생후 4개월 영아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출동한 119 구급대가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했지만 11개 병원으로부터 모두 수용 불가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심정지 상태의 영아는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 서울 마곡동의 이대서울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일각에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인명 사고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정부질문 당시 발표한 자료
ⓒ 국회방송유튜브 갈무리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인명 사고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일에는 부산 기장군 공사현장에서 추락한 건설노동자가 1시간 넘게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했습니다. 숨진 노동자는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에는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4일에는 청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응급환자가 병원 4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해 사고 40분 만에 겨우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환자에겐 전문 치료가 필요했지만 또다시 병원 12곳에서 거부당해 120km 떨어진 강원도 원주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난 5일에는 광주 조선대 인근 벤치에 쓰러진 여대생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지만 직선거리로 100m 거리인 조선대병원 응급실을 가지 못하고 2km가 넘는 전남대 병원을 가야만 했습니다.

지난 9일에는 청주의 한 어린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생후 4개월 영아가 탈장 증세로 긴급 수술이 필요했지만 청주에는 수술할 의사가 없어, 3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 서울삼성병원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이밖에도 지난달 4일 경기도 고양시에선 28개월 영아가 열경련 증상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했지만 응급실 11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12번째인 인천대학병원 응급실로 겨우 이송됐습니다. 영아는 응급처치를 받은 뒤에 서울 소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 달이 넘게 의식불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총리, 의대 교수 출신 의원에겐 "응급실 사태, 심해질 가능성 높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4.9.12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한 총리에게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 봐도 이미 많다. 이 모든 게 가짜뉴스인가"라고 물었습니다.

한 총리는 "응급실에서 '죽어 나간다'는 표현이 뭐냐"라고 꼬집은 뒤 "정부는 사건이 터지면 어떤 이유로 해당 환자가 사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다 조사한다. 앞서 가짜뉴스라고 이야기한 건 '응급실에서 죽어나간다'는 표현이 응급실에서 헌신하고 있는 전문의와 PA간호사께 서운할 수 있어서 그렇게 표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의대 교수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도 한 총리에게 "응급실 뺑뺑이 응급환자의 사망이 더 늘었다고 하는 말이 여전히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한 총리는 "의료 최고 분야의 전문가인 우리 의원님께서 면밀하게 살핀 것이기 때문에 달리 말씀드릴 숫자는 가지고 있지 않다"라며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앞서 한 총리는 김 의원이 "이재명 당 대표가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한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실은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부정했다. 한 총리도 대통령실 반응처럼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주장이 가짜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본다"며 다른 의원들의 질의 답변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날 김 의원은 "응급실 뺑뺑이가 늘어나고 제때 진료받지 못하는 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국민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총리의 비상진료체계가 잘 작동한다는 주장은 일반 국민에게는 별문제 없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땜질식 대책으로 인한 국민과 환자의 피해에 사과할 생각이 없는가"라고 물었고 한 총리는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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