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영구제명' 손준호, 14일 전북전 출전할까…수원FC도 고민 깊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아냈지만 정작 의문만 더 키운 손준호가 경기에 나설까.
9월14일 열리는 K리그1 30라운드 세 경기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경기는 수원FC와 전북 현대의 맞대결이다. 다만 강원FC와 울산HD를 맹추격하는 수원FC, 그리고 강등권 탈출을 기대하는 전북의 경기이기 때문이 아닌 수원FC의 미드필더 손준호에게 몰린 시선 때문이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손준호가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 내에서 영구 제명 중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가 부당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부정 거래, 축구 경기 조작, 불법 수익을 취해 스포츠맨십을 위반 및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의 승부조작 혐의와 관련된 내용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손준호는 중국 슈퍼리그의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지난해 5월 귀국 직전 '비(非)국가공작원 수뢰죄'로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중국 공안에게 연행된 뒤 10개월가량 조사를 받았다. 새롭게 부임한 중국축구협회장이 중국 축구계 내 부패 척결을 외치며 관련 인사들을 조사하면서 손준호도 함께 휘말린 것이었다.
손준호 측은 손준호가 구금됐을 당시 승부조작 가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뇌물수수 혐의로 인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지난해 6월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되자 구속(체포) 수사로 전환돼 조사를 이어갔다.
대한축구협회도 손준호 구금과 관련해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중국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으나 헛물만 켰다. 손준호를 돕기 위해 변호사와 고위 관계자를 현지에 파견했지만 손준호 측과 만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조기 귀국했다. 무엇보다 중국 측에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아 성과 없이 귀국했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손준호가 풀려난 건 지난 3월 25일이었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받고, 대한축구협회의 검토를 거쳐 K5리그 건륭FC에 등록하며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이후 친정팀인 전북 현대와 훈련하면서 몸을 끌어올렸고, 다수의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았으나 지난 6월 K리그1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에도 수원FC가 손준호를 영입하면서 큰 리스크를 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 포항 스틸러스에서 손준호를 지도했던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손준호를 향한 리스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손준호를 품었다.
손준호는 수원FC를 통해 K리그에 복귀한 뒤 지난달 울산HD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터트리는 등 새 팀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손준호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했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6일 9월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 1·2차전을 앞두고 명단을 발표할 당시 손준호의 명단 제외 이유에 대해 "손준호 선수는 계속 지켜보고 있다"면서 "아직 (중국과 관련해)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중국축구협회 측에 문의를 해서 거쳐가야 한다. 이와 관련해 리스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입에서 손준호 관련 리스크가 언급되고 약 2주 만에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에게 영구 제명이라는 징계를 내린 것이다.
게다가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의 징계 범위를 단지 중국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로 확대시키겠다는 의사까지 전했다.
중국축구협회는 "현 시점에서는 중국 축구 내에서만 금지되는 징계다. 하지만 FIFA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손준호의 처벌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만약 FIFA에서 손준호의 혐의를 인정, 중국축구협회에서 손준호에게 내린 징계 범위를 전 세계로 늘린다면 손준호는 더 이상 축구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손준호 측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표하면서 11일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사자인 손준호는 기자회견에서 나와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지만 명쾌한 해명도, 뚜렷한 증거도 없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남은 건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이었다.
손준호는 산둥에서 뛰던 시절 사이가 가까워진 조선족 선수 진징다오(한국 이름 김경도)와 서로 돈과 선물을 자주 주고 받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며 중국 측이 승부조작 경기로 지목한 지난해 1월 산둥과 상하이 하이강의 경기 며칠 뒤 진징다오로부터 입금된 20만 위안(약 3760만원)을 두고 입금된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준호는 자신은 승부조작을 단 한 차례도 인정하지 않았고, 강압적인 분위기의 수사 속에서 공안이 내민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거짓으로 자백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다만 손준호 측은 중국축구협회가 발표한 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도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의문을 키웠다. 아직까지 판결문을 받지 않았다는 손준호 측은 추후 판결문을 열람해 공개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중국 변호사와 논의해보겠다"고 답했을 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2일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손준호에게 내린 영구 제명 징계를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통지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손준호는 일단 출전에 문제가 없다. 다만 금품수수 유죄는 손준호 본인도 시인한 만큼 이게 출전에 영향을 미치는 단서는 될 수 있다. 아울러 승부조작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기 때문에 그를 투입할 경우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다. 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커리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으나 오히려 살리지 못했다. 손준호 출전에 대한 명분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이에 수원FC도 손준호 출전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수원, 김한준 기자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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