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인종차별' 대가, 정말 쓰다…英 FA, 벤탄쿠르 기소→최대 12G OUT

김환 기자 2024. 9. 1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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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영국축구협회(FA)가 지난 6월 한 방송에서 토트넘 홋스퍼 동료이자 팀의 주장인 손흥민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던 우루과이 출신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기소했다.

벤탄쿠르는 토트넘이 구단 자체적으로 징계를 주지 않으면서 후폭풍을 피하는 듯했으나, 인종차별 근절을 외치고 있는 영국축구협회의 칼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지만 벤탄쿠르는 프리시즌 기간 동안 자신이 했던 언행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전망이다.

영국 '풋볼 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지난 12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여름에 했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터뷰에서 손흥민과 관련한 발언으로 인해 영국축구협회로부터 기소됐다"고 전했다.

골드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FA 규정 중 E3 가중 위반에 관한 규정을 위반해 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였다.

FA의 규정 중 E3.1에는 관계자들이 경기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며 "부적절하거나 경기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행위, 폭력적인 행동, 심각한 반칙, 위협, 욕설, 외설, 모욕적인 언행 또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E3.2 규정에는 "E3.1 규정을 위반할 경우 가중 위반에 해당된다"며 "여기에는 인종, 피부색, 국적, 종교, 신념, 성별, 성적 지향성, 장애 등 중 하나 이상을 명시적 혹은 암시적으로 언급한 것도 포함된다"며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쓰여 있다.

벤탄쿠르는 현재 프리미어리그(PL)에서 뛰고 있는 선수(관계자)이며, 시즌 중이 아니더라도 프리미어리그의 팀과 그 팀에서 뛰는 선수와 관련된 차별적 발언을 했기 때문에 가중 위반의 대상으로 분류됐다.

FA 규정에 의하면 벤탄쿠르는 최소 6경기, 최대 1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토트넘은 시즌 초반부터 주축 미드필더 한 명을 몇 주간 쓰지 못하는 악재를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골드는 "FA에 문의한 결과 FA 규정 중 E3를 처음으로 위반한 사람의 가중 위반에 대해 6경기에서 12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권고된다는 걸 파악했다"면서도 "벤탄쿠르는 그동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벤탄쿠르는 기소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다. 수락할 경우 위원회는 제재를 결정하고, 만약 기소를 거부하면 위원회가 기소 유지 혹은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기소가 유지되면 제재도 결정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징계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된 벤탄쿠르의 손흥민 인종차별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중순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aeta)'에 출연해 아시아인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면서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을 예로 들어 논란이 됐다.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 역시 벤탄쿠르의 말에 동의하면서 자신들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내용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포르 라 카미세타'의 진행자가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부탁하자 벤탄쿠르는 토트넘에서 뛰는 유일한 한국 선수인 손흥민의 이름을 언급하며 "쏘니?(Sonny, 손흥민의 애칭)"라고 물었다.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유니폼도 괜찮다고 답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미소를 지으며 "아니면 쏘니의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아시아인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아시아인들의 외모가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었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벤탄쿠르의 발언이 논란인 되는 건 당연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이 SNS상에서 논란이 되자 곧바로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그는 "쏘니, 형제여!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너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 거다. 사랑해 쏘니"라며 사과했다.

벤탄쿠르의 사과문에 사용한 '쏘니'라는 손흥민의 별명의 기존 스펠링은 'SONNY'인데, 이를 벤탄쿠르가 일본 전자기기 회사 이름인 '소니(SONY)'로 표기해 약간의 문제가 제기됐지만 본질은 이게 아니었다.

벤탄쿠르가 팀 동료인 손흥민과 관련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건은 영국 내에서도 이슈가 됐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벤탄쿠르가 방송 도중 한국 국가대표인 손흥민과 그의 사촌들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뒤 손흥민에게 사과했다"라면서 "지난 11월에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를 취한 한 팬이 3년간 축구 경기 관람 금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라며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짚었다.

영국 '더 선'도 "벤탄쿠르의 부적절한 인터뷰가 SNS에 퍼졌다. 벤탄쿠르는 이 발언으로 인해 비난을 받았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인종차별적이었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뒤 약 1년 만에 다시 인종차별의 중심에 섰다"라며 이번 일에 관심을 가졌다.

'디 애슬레틱'이 짚은 것처럼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팰리스전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걸 비롯해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프리미어리그(PL)에서 뛴 9년 동안 수많은 인종차별을 당했다. 일반적으로 인종차별은 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혹은 흑인) 선수들 상대로 벌어지는데, 아시아 출신 중 가장 잘나가는 손흥민을 향한 현지 팬들의 인종차별은 꽤나 수위가 높았다.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건이 큰 화제가 되자 손흥민은 자신의 SNS로 "이미 롤로(Lolo, 벤탄쿠르의 애칭)와 대화를 했다. 그가 실수했고, 그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안다. 그는 내게 사과를 전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며 벤탄쿠르를 감쌌다.

이어 "지나간 일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하나로 뭉쳐서 싸울 것이다"라며 이번 사건을 뒤로 하고 벤탄쿠르와 프리시즌에 재회해 다음 시즌을 함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입을 열자 그제서야 토트넘이 움직였다. 토트넘은 "인터뷰 영상에서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발언과 이후 선수가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 구단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도움을 제공했다. 여기에는 다양성과 평등, 그리고 포용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들을 위한 추가 교육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주장 쏘니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그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다가올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지지한다. 우리는 다양하고 글로벌한 팬들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우리 구단과 경기, 그리고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어느 방향으로나 토트넘은 악재를 맞게 됐다.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비롯한 다수의 대회를 병행해야 하는 토트넘은 선수들에게 높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탓에 로테이션을 필수로 한다.

하지만 벤탄쿠르가 출장 정지 제재를 받게 될 경우 토트넘의 중원에는 로테이션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브 비수마와 파페 사르, 아치 그레이 정도가 돌아가면서 3선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벤탄쿠르의 공백은 꽤나 크게 느껴질 전망이다.

만에 하나 벤탄쿠르가 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이미 토트넘의 이미지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벤탄쿠르의 FA 기소 관련 보도로 인해 토트넘의 미온적인 태도는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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