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충남보다 많다...체류 외국인 260만 시대 [스페셜리포트]
인구 260만명이면 우리나라 시·도 지자체 중 어느 정도 규모일까. 255만명 정도인 경상북도와 엇비슷하다. 이어서 대구가 237만명, 충남이 213만명으로 뒤를 잇는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최근 260만명을 넘어섰다. 전라남북도, 강원도 인구는 일찌감치 넘어섰고 대구, 충남, 경북과는 어깨를 나란히, 이제 인천 인구(299만명)를 넘볼 정도가 됐다. ‘외국인이 꽤 보인다?’ 막연하게 했던 생각이 이유가 있던 셈이다. 현재 체류 외국인은 대한민국 인구의 5% 정도다. 다문화 시대가 일상인 시대,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을까.
체류 외국인 그들은 누구?
필리핀 가사관리사 본격 입국
지난 8월 6일, 인천국제공항에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윤석열정부 공약 사안 중 하나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 100명이 입국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전문취업자 자격으로 들어와 각 가정에 배치됐다. 비전문취업자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국내 취업 요건을 갖춘 외국인을 의미한다. 최근 정부는 자영업자, 영세 제조 업체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외국인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비전문 외국인력(E9)에 대한 고용허가제 쿼터 규모(입국자 수 한도)를 전년(12만명) 대비 37.5% 늘린 16만5000명으로 잡았다. 9월부터 음식점업에서는 외국인력 허용 대상 업종과 지역이 확대된다. 정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도 더 받을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조 중소기업에 외국인 유학생을 연계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외국인 품는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원티드랩, 언어 장벽 낮춰
국내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채용 플랫폼 업계 움직임도 분주하다. 사람인과 잡코리아, 원티드랩 등 내국인 중심으로 취업 중개를 했던 플랫폼들이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에 특화한 서비스를 따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원티드랩이다. 원티드랩은 외국인 전용 채용 서비스 ‘원티드 글로벌’ 베타 버전을 도입하면서 첫발을 뗐다. 원티드 글로벌은 사업·개발·디자인·마케팅 등 디지털 관련 직군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채용을 중개하는 서비스다.
원티드랩이 기존에 운영하던 채용 플랫폼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업 특성, 외국인 채용 목적을 고려해 한국어 능력 중요도를 구분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어 능력 ‘필수’ ‘가능 시 우대’ ‘불필요’로 나눠 구직자와 구인자 간 매칭 가능성을 쓸어올리는 식이다. 기업 특성이나 업종, 직군마다 필요한 한국어 수준이 다르고 외국인 인재들이 한국어 구사에 부담을 느껴 구직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잡코리아도 외국인 구인·구직 전용 서비스 ‘클릭(KLiK)’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잡코리아 클릭은 국어와 영어, 중국어 등 총 28개 언어 번역 기능을 제공해 외국인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언어 장벽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채용 공고나 기업 정보를 외국인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했고 근무 지역, 언어 활용 능력, 보유 비자 등 세부 항목 설정이 가능해 외국인 구직자가 보다 효율적으로 공고를 확인할 수 있다.
잡코리아는 앞으로 외국인 구직자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전용 체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하이어다이버시티’와 손을 잡았다. 하이어다이버시티가 보유한 데이터와 외국인 비자 검증 역량을 활용해 국내 취업과 연계된 행정 처리 업무를 지원하기로 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의 인재 채용 정보를 공유하고 합법 취업 인증을 지원하는 식이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클릭은 다양한 외국인 근로자와 소통하고 취업 고민을 청취한 뒤 더 쉽고 편리하게 취업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아 기획한 서비스”라며 “외국인 구직자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한 취업비자 컨설팅 서비스와 함께 인공지능(AI) 매칭, 인재 검색 등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람인은 케이비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외국인 채용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업 회원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케이비자의 비자 발급 케어 서비스를 연동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 채용 상품 패키지를 공동 개발하는 등 외국인 채용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협업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 채용 시 겪는 고충을 해결한다는 취지다.
채용 플랫폼 업계에서 잇따라 외국인 전용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플랫폼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그중에서도 외국인 채용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2022년 84만3000명에서 지난해 92만3000명 역대 최대치로 늘어났다. 국내 전체 근로자 2841만6000명 가운데 3.24%에 해당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0만명을 돌파했고 정부도 외국인 취업문을 개방하는 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올해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100만명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호·정다운·문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5호 (2024.09.03~2024.09.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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