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탄생까지… 폐암 치료제는 어떻게 발전했나

울산대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 2024. 9. 1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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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약·잘·알(약 잘 알고 먹자)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폐암은 2021년 한국인 암 발생 3위, 사망률 1위를 차지했으며 발생률과 사망률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암이다. 과거에는 폐암 환자의 과반수가 흡연자였으나 최근에는 비흡연자의 폐암이 늘어나고 있다.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를 기준으로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은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은 세포독성항암제,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수술방사선 치료 등이 가능하다. 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에 비해 적게 발생하나 진행이 빠르며 보통 수술로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에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한다.

폐암을 최초로 진단받는 환자의 절반 정도가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상태이다. 4기에서는 항암제를 사용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과거에는 세포독성 항암제로 치료하였지만, 20여년 전부터 표적항암제가, 10여년 전부터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었다. 세포독성항암제는 빠르고 무분별하게 분화하는 세포를 공격한다. 그 과정에서 암세포가 아닌 빠르게 분화하는 모근세포 등 정상세포도 공격하기 때문에 탈모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 변이에 작용해 암이 자라는 과정을 차단한다. 세포독성항암제와 달리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활성화 되어있는 것에만 작용해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이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발생해 치료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의 항암제와 달리,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자극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을 개선하였으나 피부염, 간염 등 면역관련 부작용이 있고 매우 고가이며 사용이 제한적이다.

최근 폐암 세포의 분자유전학적 연구가 진행되면서 어떤 유전자 변이가 폐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지 점차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유전자 변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표적항암제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이 항암제들은 기존 세포독성항암제보다 반응률과 생존률 모두 높다. 아시아 폐암 환자들은 서양 폐암 환자들보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유전자 변이가 흔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국내 비소세포폐암환자의30-40%에 해당한다. 이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는 먹는 형태로 많이 시판되고 있으며 이 외에ALK, KRAS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들에 대한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는 중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언론에서 대서특필되고 있다. EGFR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유럽과 미국에서1차 치료제로 쓰이는 상황에서 국산 신약인 ‘렉라자’ 가 ‘리브리반트’와 함께 사용하는 요법으로 미국FDA 승인을 받은 것이다. 리브리반트는 MET 유전자의 변이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약으로, 표적항암제인 렉라자에 암세포가 내성을 가지지 않도록 막아준다. 표적항암제를 어느 정도 사용하다보면 내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중간엽상피전이인자(MET)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며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렉라자는 2021년 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EGFR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그 후 2023년 여름,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L858R) 치환 변이에 1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지 얼마안된 시기의 희소식이다. 특히 L858R 치환 변이는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있는데, 렉라자를 사용했을 때 기존 표적항암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폐암이 진행되지 않은 기간이 길어졌다.

얼마전 열린 2024년 세계폐암학회에서 지난해에 발표된 렉라자 관련 연구의 후속 결과가 공개되었다. 해당 연구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 렉라자 단독요법,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나누어 진행하였다. 참가자 중 치료 반응을 보인 비율은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사용한 경우와 렉라자 단독요법을 사용한 경우에 큰 차이가 없었으며, 안전성도 비슷했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사용한 경우에 비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병용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렉라자는 뇌혈관장벽을 보다 잘 통과하며 뇌 전이를 더 오래 막아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부작용 양상에선 다소 차이가 있었다. 타그리소를 투여한 환자들에게는 설사, 혈소판 감소증 등의 이상반응이 더 많이 나타났고, 렉라자를 투여한 환자들에게는 발진이나 감각 이상이 더 많이 나타났다.

렉라자는 식사와 상관없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하루 3알씩 복용한다.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의료진의 판단 하에 복용량을 2알로 줄이거나, 추후에 3알로 늘리는 식으로 용량 조절이 어렵지 않다. 또한 리브리반트의 투여방법이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로 개선되며 투약시간도 4시간 이상에서 5분으로 줄어들어 환자의 투여 편의성이 더욱 좋아졌다. FDA승인에 국내 급여 적용까지 이어진다면 폐암 치료 선택지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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