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급발진 대부분 오조작…휴먼 에러 인정하고 대책 세워야”

조은비 2024. 9.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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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협회·수입차협회 ‘급발진’ 설명회
어떤 상황에서도 브레이크 작동 시 ‘제동’
운전자 인지 오류 가능성 높아 인정해야
페달 블랙박스 설치 시 조작 가능성 우려

“급발진 의심 현상 대부분은 ‘휴먼 에러’(운전자 실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서 “급발진 의심 현상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무조건 정차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개최된 설명회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원주한라대학교 최영석 교수는, 대덕대학교 이호근 교수, 대전보건대학교 박성지 교수,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조민제 연구관이 참석했다. 

강남훈 KAMA 회장은 “오늘 설명회가 제동장치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사고기록장치와 교통사고 조사절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인식 개선 활동이 되길 바란다”며 “운전자 실수 방지 목적의 페달오조작 방지장치, 비상자동제동장치 등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속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차량의 ‘브레이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며 “발진일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추려보면 전 세계 토대로 해서 정말 몇 건 안 될 것”이라며 “자동차의 제동력은 차량 중량 및 속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게 설계돼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자동차는 무조건 속도가 감소 및 정차한다”고 말했다.

최영석 한라대 교수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개최한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관련 설명회’에서 사고기록장치(EDR)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급 제동 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긴급 제동 장치는 운전자가 극도로 차를 출발시킬 의도가 있으면 작동하지 않는다”며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은 ‘인지 오류’ 가능성을 암시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교수는 EDR의 신뢰도에 대해 “EDR은 교통사고를 분석하는 주요 도구로서 국내외 수만 건 이상의 사고 분석 결과를 통해 신뢰성이 검증됐다”며 “EDR을 신뢰하지 못해 페달 블랙박스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딥페이크가 만연한 만큼 페달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을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조사가 의무로 장착할 경우 비용 부담 역시 소비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최 교수는 “자동차 제조물 책임법 개정의 목적이 소비자 보호인데, 입증 책임이 제조사 쪽으로 전환되더라도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소송이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등 부작용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운전자가 악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고 있는 영상 캡쳐 이미지. 설명회 현장 발표 자료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는 EDR 공개에 소극적인 제조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제조사는 그동안 EDR 공개에 소극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의혹이 부풀어졌다. 이에따라 국과수조차도 믿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10분 이상의 운행기록 데이터 등을 갖추어야 한다. 급발진 현상의 대부분은 휴먼에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운전자가 실수하더라도 급발진하지 않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민제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 역시 EDR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조 연구관은 “경찰은 EDR, 차량 충돌 시뮬레이션, 거짓말 탐지기 분석을 시행해 교통사고의 실체적인 원인을 밝혀낸다”며 “경찰로 접수된 교통사고 중에서 급발진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대형 사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도로교통공단으로 이관돼 더욱 정밀한 분석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다만, 급발진 의심 사고 시 변속기어를 조작했다고 가정한 뒤 운전자 과실로 결론을 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방식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답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2월 발생한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피해자는 국과수로부터 ‘운전자가 변속레버를 굉음 발생 직전 주행(D)에서 중립(N)으로 바꿔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고, 추돌 직전 N→D로 조작했다’는 감정 결과지를 받은 바 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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