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이재명, 대선 본다면 '다른 목소리' 귀 기울여야"
김부겸(66) 전 국무총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한 후 침묵을 지켜왔던 그는 최근 광화문에 싱크탱크 성격의 '생활정치연구소' 사무실을 차린 것을 시작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11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 전 총리는 “정치 상황이 엉망이다. 국민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총선 결과가 민심이다. 싸우려 들면 안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큰 꿈을 꾼다면 더 유연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Q : 총선 후 어떻게 지냈나
A :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시간을 보냈다.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정치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면서 '당신은 명색이 총리까지 하고 국가로부터 혜택을 입었는데, 보고만 있으면 되냐'고 하시더라. 이런 우려를 대변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Q : 어떤 우려인가
A : 여권에 대해서는 '총선 참패에도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는 고집불통'이라며 화가 나 있다. 야당에 대해서도 '그 정도 의석을 가졌으면 정치를 유연하게 해야지'라는 반응이 많다. 지금 야당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은 거부하는 사이클이 무한반복이다. 남은 2년 반도 이렇게 가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한다.
Q : 윤석열 대통령은 뭐가 문제인가.
A : 대통령으로서 뭔가 하려면 의회의 협조를 얻어야 하고, 다수 의석의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없다. 윤 대통령이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 센 건 알겠다. 하지만 대통령은 자기 힘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Q : 의정갈등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 대통령 국정브리핑을 보니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여·야·의·정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아무리 짜증을 내도 제대로 전달하고, 소통하게 해야 한다.
Q : 민주당의 지지율도 여당과 별 차이가 없다.
A : 국민이 민주당을 1당으로 만들었을 때는 기대가 있었다. 독선과 아집에 빠진 윤석열 정부와 밀고 당기며 어떻게든 성과를 내보라는 기대다. 그런데 민주당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 외엔 못하고 있다.
Q :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A : 강성 지지층은 다른 의견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당이나 국민이 신봉해 온 민주주의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져 온 가치와 모습이 아니다.
Q : 문재인 정부 때도 팬덤이 강했다.
A : 그때는 ‘너무 열성적이다’ 정도였는데 지금은 다른 목소리를 내면 집단 린치를 한다. 그러니 국민 사이에서도 반감이 생기는 거다.
Q : 이재명 대표의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A :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을 장악했지만, 30%가량은 비주류의 몫으로 남겨뒀다. 이 대표가 대선을 본다면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Q :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로 당내 논쟁이 치열하다.
A : 건강한 논쟁이다. 다만 금투세는 아직 준비가 부족해 유예가 맞다. 문재인 정부 때도 부동산 정책이 방향은 맞았지만, 설익은 채로 내놨다가 국민들이 기대를 거뒀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Q : 당내에선 '계엄론' 의혹도 나온다.
A : 그러면 안 된다. 170석이나 가진 정당이 꺼낼 이야기가 아니다.
Q : 정치인 김부겸에 대해 '사람은 좋은데 세력이 없다'는 평이 많다. 비주류 이미지도 강하다.
A : 눈치가 좀 부족하다는 거겠지. 1990년대 후반에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 참여하지 않아 고생도 했다.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고깃집도 했다.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이다. 지금은 쓸모가 없지만, 언젠가 쓰임새가 있을 거라 믿고 서로 독려했다. 명분은 놓지 않았다.
Q : 이 대표의 10월 사법리스크 이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A : 그렇게 근시안적으로 정치하지는 않는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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