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김정은 '1호품' 밀수 적발…"돌려달라" 北 요구 거절했다

정영교 2024. 9.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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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북한 신의주를 출발한 버스 2대가 압록강 철교(중국 명칭은 중조우의교)를 통해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북·중 간 이상 기류가 다양한 측면에서 표면화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접경 지역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밀수 행위에 대한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12일 파악됐다. 중국 당국이 다양한 밀수품에 더해 북한이 해상 밀수에 사용하는 쾌속정까지 압류했고, 이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사용할 물품은 돌려 달라'는 북한 측의 요구도 거절했다고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중국이 그간 열어줬던 제재의 '뒷문'을 닫는 수준을 넘어 북한의 필수 물자 확보까지 단속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날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공안·해관·해경을 모두 동원해 북한 밀수품의 상당량을 압류했다. 단속은 육로뿐 아니라 선박을 이용한 해상 밀수까지 범위를 넓혀 이뤄지고 있다.

한 소식통은 "최근 중국 해경이 북한 배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가스총을 사용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아예 북한이 밀수에 사용한 쾌속정까지 몰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해관 당국은 최근 유럽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향하는 밀수품을 압류했는데, 이 중 '김정은 전용품'도 포함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북 측이 "최고지도자(김정은) 동지가 사용할 물품이 있다"는 취지로 해당 물품이라도 돌려 달라고 요청했는데, 중국 측이 반환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품목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직접 사용하거나 통치 행위에 필수인 사치품 혹은 기호품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이 북한의 요청에도 이조차 돌려주지 않은 건 '1호 물품'에도 예외를 두지 않고 단속을 계속하겠다는 대북 경고로 해석된다.

북·중 최대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 세관의 모습. 연합뉴스

실제 중국 당국의 대북 밀수행위 단속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공안이 밀수업자 체포에 머무르지 않고 대북 물자 공급책까지 구속하고 있다"며 "밀수업자의 과거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해 관련 계좌를 동결하는 방식까지 동원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올해 초부터 중국 당국의 대북 밀수 단속이 강화되면서 밀수업자 수백명이 공안에 잡혔다는 소식이 돌기도 했다. 소식통은 "여기엔 중국에서 활동하던 북한의 외화벌이 인력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압류한 북한 밀수품의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사치품, 마약 등 다양한 품목의 밀수품 수억 위안(수백억 원) 규모를 압류했다고 한다. 공안이 몰수한 품목 중에는 중고 기관차도 있는데. 이는 중국 법원의 경매 물건 목록에 올랐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28일 국방과학원을 현지지도하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와 관련, 북·중 간 교역액도 감소 추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달 말 공개한 '무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북·중 교역액은 1억 4475만 달러(약 1932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 1억 7845만 달러(약 2382억원)보다 18.8% 감소한 수치다. 북·중 교역은 지난 4월 1억 9399만 달러(약 2589억원)를 기록한 뒤 5월(1억 8134만 달러, 약 2420억원)부터 3개월 연속으로 줄고 있다.

중국의 밀수 행위 단속은 최근 김정은이 사활을 걸고 있는 군수품 생산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중국의 대북 밀수 단속으로 북한이 정찰위성 부품, 군수품 등 핵심물자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이 때문에 올해 정찰위성 발사 계획이 축소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은 당초 올해 중 정찰위성 3기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8기9차)에서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5월 한 차례 발사에 실패했고, 이후에는 발사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1400㎞에 달하는 국경을 접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물자 수급 자체가 힘든 김정은으로서는 접경 등에서 이뤄지는 중국과의 밀무역이 최소한의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산소 호흡기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중국의 밀무역 단속은 중국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북한의 숨구멍을 틀어쥘 수 있다는 직접적 압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김정은의 통치자금 확보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경민 기자

북한도 이에 대응해 최근 밀수 루트를 다변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식통은 "단속이 강화되면서 신의주-단동에서 정식 통관 절차를 밟은 물자가 아니면 (북한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북한이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고 있는데, 남포-홍콩, 나진-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하는 경로라고 한다. 훈춘-원정리 등 다른 밀수 루트를 활용하는 정황도 있다.

이는 중국이 대규모 밀수가 성행하는 단둥-신의주 루트 뿐 아니라 소규모 밀수가 이뤄지는 창바이-혜산 루트와 같은 '말초'까지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전략경쟁의 하부구조로 한반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중국과 반미연대 첨병을 자처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모습"이라며 "이런 구조적인 요인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북·중 간 이상기류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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