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대 밤샘…누군가는 일해야죠" 추석 철도·버스 정비현장 가보니 [르포]

김서원, 박종서 2024. 9.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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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경부선) 내 K 고속버스 정비소에서 김모(61)씨가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김서원 기자

" “정비 작업자는 추석에 제일 바빠서 난 벌초도 미리 갔다 왔는데… 명절에 고향 내려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누군가는 일해야 하지 않겠나.” "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의 K고속회사 정비소에서 만난 33년 차 버스 차량 내부 전기 설비 정비사 김모(57)씨는 “(연휴 하루 전인) 당장 내일 오전부터 예비차량까지 모두 현장에 투입해 풀가동 하기 때문에 오늘이 가장 바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비사들은 장거리 운행을 앞두고 버스 차체 기울임, 타이어 마모 상태, 공기압, 제동력, 엔진오일 등 50여 가지 기본 정비 점검 리스트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다. 이날 경부선 정비소로 들어온 차량은 평소 대비 50%가량 더 많았다. 40년 차 정비사 김모(61)씨는 “(버스가) 하루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800㎞를 뛰어버리니 기본 정비에 더해 (고장) 예방 정비도 수시로 이뤄진다”며 “연휴 때는 사고·고장 처리에 대비해 야간 조를 투입해 비상근무 체제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고양기지에서 한 작업자가 초음파 탐상 장비로 KTX 열차 차바퀴의 균열을 점검하고 있다. 박종서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안전한 수송을 위해 철도와 버스 시설 현장은 막바지 정비·점검으로 분주했다. 지난 11일 찾은 경기 고양시의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내 경정비동에서도 명절에 운행할 KTX 열차 5대의 차바퀴(차륜)에 대한 균열을 감지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강철로 된 차바퀴에 미세한 균열이라도 발생하면 시속 300㎞ 속도로 달리는 열차가 흔들리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5명의 정비사들은 차축에 달린 차바퀴를 천천히 굴려 가며 이상 부위가 없는지 이리저리 들여다봤다. 육안 점검 후엔 초음파 탐상 장비를 통해 바퀴 내부 결함도 세심하게 점검했다.

추석이 무색한 이례적인 폭염이 닥친 이날 방진복을 입은 정비사들은 에어컨 작동이 불가한 작업 환경 속에서 연신 구슬땀을 닦아내며 정비에 몰두했다. KTX-산천 101호차 하단부의 제동 장치를 살피던 한 정비사는 “아유 덥죠. 그래도 제동 장치가 (열차에서) 제일 중요하니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정비소 안엔 탕탕 망치 두드리는 소리와 공기 조절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비단도 추석 명절이 1년 중 가장 일이 많아 4교대로 돌며 밤샘 정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추석이 무색한 이례적인 폭염이 닥친 지난 11일 코레일 소속 정비사들이 방진복을 입고 열차를 점검하고 있다. 박종서 기자

코레일에 따르면 열차는 5000㎞를 달릴 때마다 차량 주요 장치부의 기능상태 확인, 소모품 교체 등의 기본 정비가 필수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추석에 운행할 고속차량 1750칸, 일반열차 1359칸, 전동차량 2588칸 등 총 5700여칸을 중점적으로 정비해왔다는 게 코레일 측 설명이다.

‘민족대이동’은 이제 옛말이라지만, 올해도 국민 4000만 명이 추석 귀성·귀경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교통연구원·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인 13~18일 6일간 총 3695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전년 추석 연휴 대비 9.4%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일평균 이동 인원은 616만 명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차표·버스표 예매 대란도 명절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에 코레일은 오는 13~18일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평상시 대비 8.5% 증편해 열차를 4277회 운행할 예정이다. 좌석수로 따지면 총 208만 4000명을 실어 나르는 것인데, 이는 평시 대비 107.3% 수준에 달한다. 하루 평균 34만 7000명이 코레일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셈이다.

고속·시외버스도 실시간 운송량에 따라 공동운수협정차량 395대를 유동적으로 투입하며 노선별 배차 간격을 촘촘하게 운행할 방침이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일일 수송능력을 평시 대비 최대 31%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서원·박종서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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