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앱·대리진료 싹 뒤진다…악성사기범 검거 1위 비결
지난 8일 낮 2시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식사를 하던 A급 지명수배범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2015년 지인들에게 “수표를 현금화해주겠다”며 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달아났다. 9년간 다른 사람의 명의로 신분을 위장했던 A씨는 올해 3월 신설된 서울 강북경찰서 악성사기 전담팀에 결국 꼬리를 잡혀 9년간의 도피 생활을 마치게 됐다. 사기죄 공소시효 10년을 불과 11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추적팀은 통신수사, 배달어플 등 흔적을 토대로 A씨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A씨가 지방에 거주하며 서울고속버스터미널로 상경한 뒤 대림역, 종로 일대 등을 돌아다닌다는 정보를 확인했고, 잠복에 나섰다. A씨는 결국 지난 8일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3월 신설된 강북서 악성사기 전담추적팀은 올해 상반기 서울시내 악성사기전담 추적팀 중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전과 누적 47범을 포함해 8월까지 총 43명을 검거하고 18명을 구속했다. 한 달에 5명꼴로 사기범을 검거한 셈이다. 사기범들의 총 편취금액만 248억 5000만원에 달한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비공식기록이지만 검거 실적으로 1위”라고 한다.
하동균(58) 팀장은 30년간 강력팀에서 근무해온 배테랑 형사다. 하 팀장은 “추적팀에서 주로 공소시효가 임박한 수배범들의 행적을 좇았다”며 “사기범들 대부분이 차명계좌 등으로 자산을 빼돌리거나 현 상황에서는 사기 친 돈을 탕진한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가 어려운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추적팀 막내인 문 경위는 “추적팀 특성상 사기범들의 동선에 따라 근무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시 퇴근보다 야근이 더 익숙하다”면서도 “범죄 피해를 본 분들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끝까지 범인 검거를 위해 애쓰는 경찰이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적팀은 지난 3월 ‘전과 47범’ 사기범 B씨를 잠복 끝에 검거하기도 했다. 수배만 20건이 넘는 B씨는 전 부인과 위장 이혼을 한 채 경기도 오산 시내 모처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B씨는 피해자들에게 가로챈 돈으로 부인 명의로 아파트를 사고, 외제차 3대를 굴리며 자녀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추적팀은 오산 시내를 매일같이 오간 끝에 12일 만에 검거했다. 지난 6월에는 유령법인을 세워 바지사장을 내세운 채 71억원을 가로챈 사기범 C씨도 공소시효 2년을 앞두고 추적팀에 검거됐다. 8년간 도피생활을 해온 C씨는 병원 진료마저 가족들의 명의로 받는 등 치밀하게 행적을 숨겼으나 추적팀이 동선을 파헤친 끝에 검거됐다. 검거된 C씨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검거돼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기범죄 발생 건수는 2017년 약 23만 건에서 2022년 약 32.6만 건으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범죄 중 사기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13.9%에서 2022년 22.0%로 급증했다. 이에 경찰은 올해 3월부터 발전하는 악성사기에 대응하고자 10대 악성사기(전세사기, 전기통신금융사기, 보험사기, 사이버사기, 투자영업거래 등 기타 조직적 사기, 다액피해사기, 가상자산 사기, 투자리딩방 사기, 연애빙자사기, 미끼문자 등 스미싱)를 규정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주재하는 전담반 운영과 함께 각 시도경찰청 직접 수사부서에 분야별 전담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각 경찰서 수사과에 ‘악성사기 추적팀’을 신설해 사기 피의자에 대한 집중적인 검거 활동에 나섰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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