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은 ‘핸들링’… E300은 ‘안정감’… G80은 ‘팔방미인’

문수정 2024. 9. 13. 04: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기 톱3 프리미엄 세단 타보니


‘좋은 차’라는 말에는 보편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행성능, 가격, 연비 등 유지비, 하차감, 디자인 등 기준점 맨 앞에 두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좋은 차’라는 건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보편성은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차에는 ‘좋은 차’로 불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나에게 주어진 예산은 7000만~8000만원대 안팎이고, 반드시 세단을 골라야 하며, 비주류의 선택 또한 하지 않는다.’ 이 같은 조건에서 이른바 ‘좋은 프리미엄 세단’에는 어떤 게 있을까.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리미엄 세단은


이렇게 모아본 세 브랜드는 제네시스 G80,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다. 올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프리미엄 세단 ‘톱3’다. 1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가장 많이 팔린 프리미엄 세단은 제네시스 G80(3만761대·전체 11위)이었다. 이어 BMW 5시리즈(1만2787대)와 벤츠 E클래스(1만2658)가 차지했다.

살 수 있어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사보면 어떨까 고려해보는, 인기 톱3 프리미엄 세단 고르기를 시승과 함께 해 봤다. 시승한 세부 모델은 이렇다. BMW 뉴 520i, 벤츠 E300 4MATIC AMG 라인, G80 3.5T다.

‘예산 범위’를 모델 선정 기준점에 뒀다. 7000만원 초반부터 9000만원 초반까지 다소 넓게 예산을 잡았다. 세 차량을 제원상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감안했다.

시승 기간은 지난달 초부터 이달 초까지였다. ‘서울 영등포~용산~송파~경기 광주~남양주~양평~가평’ 등을 두루 달렸다.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 서울 시내, 좁은 골목길을 구석구석 오가며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살펴봤다. 차량마다 200㎞ 안팎을 시승했다.

제원에서 앞서가는 ‘팔방미인’ G80

제원만 놓고 보면 G80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애매한 일이다. 배기량, 최고출력, 최대토크, 제로백(차량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에서 다른 두 모델을 훌쩍 앞선다. 사실상 체급이 다른 차량이다. 체급으로는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5시리즈나 E클래스와 나란히 서는 준대형 세단이다. 그러나 8000만원 안팎의 예산을 가진 소비자에게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와 함께 고려대상에 오를 모델은 G80이라는 게 보편적 정서다.

G80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수식어로는 ‘팔방미인’을 꼽을 수 있겠다. 역동적인 분위기를 담아낸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힘찬 가속력, 매끄러운 코너링, 안정적인 제동능력, 단단한 서스펜션, 편안한 승차감까지 두루 갖췄다. 어느 것 하나 아쉬울 것이 없다.

내부 디자인과 편의성, 고객 서비스까지 두루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준다. 고가의 차량인 만큼 ‘가성비’를 언급하는 건 어폐가 있지만, 제원에서 드러나는 G80의 가격 장점은 선명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비는 아쉬운 지점이다.

‘극강의 핸들링’ BMW 5시리즈

이번 시승으로 비교한 G80, E300은 사륜구동 차량이었다. 묵직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안정적이면서도 민첩하게 치고 나가는 주행 감각은 모두 높이 평가할 만했다. 520i는 후륜구동으로 역동적인 주행감에서 차별화된다. 제한속도 30·50·60·80·100㎞ 등의 국내 도로 규정을 준수하는 한, 주행성능에서 극명한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핸들링에서는 BMW 5시리즈의 강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BMW 브랜드의 특·장점이자 5시리즈를 요약해주는 단어도 ‘핸들링’이다. 강원도의 굽이굽이 산길을 달린다고 해도 경쾌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이다. 매끄러운 핸들링이 운전의 즐거움을 높여주고 주행 경험의 만족도를 끌어올려 준다.

비교 시승한 벤츠 E300이나 제네시스 G80과 제원상 최대 출력, 최대 토크에서 밀리지만 뚜렷한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힘 있는 드라이빙을 경험했다. 최근 업그레이드한 5세대 파워트레인 기술이 적용된 게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승한 520i는 엔트리 모델이라 530으로 높이면 가격도 올라가지만 출력과 토크도 올라간다. BMW 5시리즈를 고민한다면 520과 530을 모두 시승해보기를 권한다.

인테리어가 상대적으로 심플했지만 불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내부 소재로 비건 소재를 적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BMW 뉴 5시리즈에 완전 비건 소재인 ‘베간자’를 차량 시트, 대시보드, 도어 패널, 스티어링 휠 등에 적용했다. 가죽과 다르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20~30대를 공략할 수 있는 지점으로 보인다.

‘안정감·신뢰감·하차감’ E클래스

벤츠의 핵심 모델인 E클래스는 ‘브랜드의 심장’으로 불린다. 한국은 벤츠의 심장을 가장 힘차게 뛰게 만드는 국가 중 하나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E클래스 세단(롱 휠베이스 모델 제외)이 가장 많이 팔린 지역이 우리나라다. 2016년 이후 8년 연속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1위를 차지한 것도 E클래스다. 10세대 E클래스(2016년 출시)는 국내 최초로 수입차 단일 모델 20만대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인이 E클래스에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승에서 찾은 첫 번째 이유는 안정감이었다. 벤츠 특유의 안정감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시승 기간 폭우가 쏟아지는 날 구불거리는 국도를 7㎞ 이상 주행해야 했는데 미끄러짐이나 떨림 없이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었다. 폭우를 실감하지 못할 만큼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차가 많지 않은 고속도로에서 규정 속도에 맞춰 100㎞로 달렸을 때도 불안감이 들지 않았다.

벤츠를 운전하다 보면 안전에 속도가 갇힌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AMG 라인은 주행 경험을 끌어올려 주기에 충분하다. 맑은 날씨에 속도를 내서 달려보니 높은 가속력과 경쾌한 주행 감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E클래스의 또 다른 매력은 디자인이었다. 눈길을 사로잡는 매끈한 외관은 높은 하차감을 선사한다. 그보다 더 만족스러웠던 것은 인테리어였다. 우주 비행을 하는 느낌을 주는 디스플레이가 동승자석까지 이어진다. E 300 4MATIC AMG 라인에 기본 탑재된 MBUX 슈퍼스크린이 미래의 자동차를 경험하게 해주는 듯하다.

익사이터로 불리는 음향 공명 변환기가 앞 좌석 등받이에 탑재돼 있어 음악의 공명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인테리어와 공간의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기존의 벤츠와는 달라진 인상을 준다. 다만 다른 두 차량에 비해 실내가 좁게 느껴지는 게 아쉽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