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법·부패 드러난 대통령실 이전, 용산의 자성 필요하다
공사액 부풀리기, 국고 손실 등 제기 의혹 사실로
모든 공직 기강 귀감돼야 할 곳은 바로 대통령실
현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15억여원의 국고 손실을 비롯해 다수의 불법과 부패 사례가 발견됐다. 감사원은 12일 이런 골자의 대통령실 이전 불법 의혹 감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대통령실에 주의를 촉구했다. 대표적인 부패로 지목된 대통령실 방탄 창호 공사에선 수의계약을 맺은 시공업체 브로커가 친분이 있던 경호처 간부의 묵인 아래 4억7000만원 선인 공사비를 20억원대로 부풀려 15억여원을 가로챈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의 안위를 지켜야 할 경호처 부장급 간부가 이런 파렴치한 범죄의 배후였다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은 관저 이전 과정에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공사부터 착수한 뒤 예산을 뒤늦게 확보해 나가는 등 법령을 위배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는 2개 공사 업체에 공사비 약 3억2000만원을 과다 지급하고, 무자격 업체 19곳이 관저 보수 하도급을 맡은 것을 방치하는 등 감독에 소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 감사는 2022년 10월 참여연대가 공사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부패방지법상 국민감사는 감사 실시 결정일로부터 60일 안에 마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2022년 12월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일곱 차례나 기간을 연장한 끝에 1년8개월 만에야 결론을 내면서 ‘주의 촉구’에 그쳤다. 대통령실을 의식한 늦장 감사, 솜방망이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참여연대의 국민감사 청구는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한남동 관저 리모델링 공사 일부를 맡은 것이 핵심 원인이었다. 이 업체는 증축 공사 면허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선정 과정에 김 여사가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문제의) 업체가 기본적인 공사업을 등록한 점을 고려할 때 수의계약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발표만으로 의혹이 해소됐다고 여기기엔 아무래도 조사와 설명이 부족한 듯싶다.
대통령실은 감사원 발표 직후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대통령실 이전은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왜 보안이 열악한 용산으로 옮기느냐’는 논란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슈였다. 그런 만큼 사소한 귀책도 없도록 조심했어야 했는데, 속전속결로 이전을 강행한 것이 탈법과 부패를 만들어낸 원인이 아닌지 대통령실은 성찰해야 한다. 김 여사 관련 업체 연루 의혹에 대한 보다 투명한 조사,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모든 공직 기강의 귀감이 돼야 할 곳은 바로 대통령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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