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뭉칫돈이 찾은 대안
채권 전체가 늘 안정적이지는 않다. 이는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드러났다. SVB는 자산 중 장기채 비중이 미국 은행 중 가장 컸다. 금리가 오르면서 장기채 값이 급락했다. SVB가 채권 매각 손실을 공개하자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졌다.
장기채의 변동성을 아는 큰손은 자산 중 채권을 주로 단기물로 채운다. 뭉칫돈이 택하는 대안 중에는 사모대출펀드(PDF)가 있다. PDF는 연기금 등 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중견기업 등에 빌려주는 펀드다. 중견기업에 은행은 문턱이 높고, 채권은 요건을 갖추어 절차를 밟아야 한다. PDF는 그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빨리 빌려준다. 투자자로서는 다른 곳에서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돈을 PDF에 맡겨놓으면 금리가 오를 때 더 유리하다. 차입자가 지불하는 이자가 늘어서다.
해외 PDF 중 미국 뮤지니치가 한국과의 사업상 접점을 늘리고 있다. 1988년 뉴욕에서 이 회사를 창립한 조지 뮤지니치 회장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이달에도 방한했다. 뮤지니치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에서 자금을 유치하면서 한국 사무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PDF의 자매 격으로 사모신용펀드(PCF)가 있다. (사모대출은 private debt이고, 사모신용은 private credit이다.) PDF에 비해 PCF는 운용 폭이 넓다. 예컨대 기업 경영권을 사들여 가치를 높이는 사모주식투자펀드(PEF), 통칭 사모펀드에 인수금융도 제공한다. 지난 2월 출간된 『투자의 성배(The Holy Grail of Investing)』는 세계 PCF 운용자산이 2000년 말 420억 달러에서 2022년 말 1조5000억 달러로 불었다고 전했다. PCF가 중견기업의 주요 대출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뮤지니치 회장은 “은행의 지배력이 약해지면서 사모시장이 성장했다”고 말한다. 이는 금융시장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진화라고 설명한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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