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뉴스터치] 쌀 술 권하는 사회

문병주 2024. 9. 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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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수확기를 맞아 농민은 물론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고심이다. 떨어지기만 하는 쌀값 때문이다. 지난해 10∼12월 평균 80㎏들이 한 가마당 20만2797원이던 산지 쌀값은 지난달 17만6628원이 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소속 부여군 농민들이 4일 충남 부여군 군수리 들녘에서 쌀값 폭락과 생산비 폭등 등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수확을 앞둔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쌀값 하락은 소비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는 1990년 119.6㎏에서 지난해 56.4㎏으로 크게 줄었다. 생산량도 1990년 560만6000t에서 지난해 370만2000t으로 감소했지만, 소비 감소와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매년 20만t 정도가 남아도는데 쌀 관세화 유예 협상 때문에 40만8700t을 해마다 수입해야 한다.

농협이 1000억원 예산을 들여 지방자치단체, 기업들과 ‘범국민 쌀 소비촉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범국민 아침밥 먹기 캠페인이다. 탄수화물이 건강의 적처럼 취급되는 마당에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지난해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보다 많은 60.6kg에 달할 정도로 식단이 변했다. 정부는 지난해 쌀 소비 기반 구축 사업에 약 105억원을 투입했지만, 소비를 늘리지 못했다.

지난 5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막걸리 엑스포(MAXPO)에서 관람객들이 막걸리를 시음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소비 진작 아이디어가 나오는 가운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쌀을 가장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술(전통주)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식료·음료 제조에 이용되는 쌀이 연간 약 82만t에 달하는데, 이 중 주류 관련 분야에서 30% 넘게 쓰인다. 쌀 대신 다른 작물을 경작하거나 농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는 게 근본적 해결 방법인데, 당장 어렵다 보니 ‘쌀 술 권하는 사회’라도 부추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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