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뉴스터치] 쌀 술 권하는 사회
벼 수확기를 맞아 농민은 물론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고심이다. 떨어지기만 하는 쌀값 때문이다. 지난해 10∼12월 평균 80㎏들이 한 가마당 20만2797원이던 산지 쌀값은 지난달 17만6628원이 됐다.
쌀값 하락은 소비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는 1990년 119.6㎏에서 지난해 56.4㎏으로 크게 줄었다. 생산량도 1990년 560만6000t에서 지난해 370만2000t으로 감소했지만, 소비 감소와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매년 20만t 정도가 남아도는데 쌀 관세화 유예 협상 때문에 40만8700t을 해마다 수입해야 한다.
농협이 1000억원 예산을 들여 지방자치단체, 기업들과 ‘범국민 쌀 소비촉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범국민 아침밥 먹기 캠페인이다. 탄수화물이 건강의 적처럼 취급되는 마당에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지난해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보다 많은 60.6kg에 달할 정도로 식단이 변했다. 정부는 지난해 쌀 소비 기반 구축 사업에 약 105억원을 투입했지만, 소비를 늘리지 못했다.
각종 소비 진작 아이디어가 나오는 가운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쌀을 가장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술(전통주)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식료·음료 제조에 이용되는 쌀이 연간 약 82만t에 달하는데, 이 중 주류 관련 분야에서 30% 넘게 쓰인다. 쌀 대신 다른 작물을 경작하거나 농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는 게 근본적 해결 방법인데, 당장 어렵다 보니 ‘쌀 술 권하는 사회’라도 부추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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