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흑, 수모를 견디다
2024. 9. 13. 00:02
〈본선 4강전〉 ○ 박정환 9단 ● 딩하오 9단
장면⑤=한바탕 싸울 작정이었으나 딩하오는 꼬리를 내렸다. 상대의 태도를 보며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다. 수상전을 벌이면 흑이 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흑1의 빈삼각이다. 비참한 행마다. 수모와 인내가 응축된 한 수다. 고수가 되려면 이런 게 필요하다. 폭발하는 대신 참아야 한다. 3, 5에 이어 7로 간신히 포위를 뚫었다. 박정환은 기회를 잡았다. 백8은 선수인데 이후 어떤 길이 최선일까.
◆AI의 선택=단수니까 일단 흑1로 따내야 한다. 여기서 AI는 백2를 제시한다. 흑3엔 백4로 이어 이곳 백을 살려낸다는 계획이다. 흑5의 단수는 무지무지 아프지만 당해준다. 대신 6으로 막아 이곳 흑의 사활을 압박한다. 어렵다. AI는 바둑의 수준을 높여놨지만, 그 결과 바둑이 너무 어려워졌다. 가끔은 양자역학 아니면 판타지처럼 멀고 아득해 보인다.
◆실전 진행=흑1로 따낼 때 백2로 먼저 단수하는 수. 인간적으로 너무 이해되는 한 수다. 흑3의 단수에 공배를 잇는 것보다 4로 따내면 좋지 않은가. 하나 백6 쪽의 움직임이 한발 늦어지면서 이 돌은 살아날 가능성이 사라졌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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