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져도 인상…‘억지 공시가’ 사라진다

백민정, 김원 2024. 9. 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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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현실화’ 폐지, 왜


정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중장기 계획’을 폐지하고 현실화 계획 이전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실화 계획으로 국민의 보유세 부담이 가중되는 등 부작용이 컸던 만큼 인위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장변동률을 반영해 공시가격을 산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수도권 지역은 내년도 보유세가 다소 늘어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민생토론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번 방안은 문 정부의 현실화 계획이 ‘보유세 폭탄’을 불렀던 만큼 종전 산정체계로 되돌리면서 일부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게 골자다.

당초 현실화 계획에 따른 현행 공시가격은 전년도 말 기준 부동산 시세에 매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적용해 산출했다. 부동산 자산 가격에 따라 공정하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취지로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시세의 90% 수준까지 인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1~22년 집값 급등에 현실화율 상승분까지 더해져 공시가격이 대폭 올라갔고 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에는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이 10년간 연평균 4.6%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2021~22년에는 공시가격이 연평균 18% 상승했다. 이에 재산세는 2019년 약 5조원에서 22년 6조7000억원, 종부세도 같은 기간 1조원에서 약 4조원까지 불어났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2019년 336만원이던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2022년 691만원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은마아파트’를 보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 역시 2020년 3058만원에서 2021년 8703만원으로 치솟았다. 더욱이 22년 하반기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떨어졌는데 공시가격은 오르는 등 혼선도 빚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화 계획은 부동산 시장에 큰 변동이 없음을 전제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했지만, 매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거나 급락하면 변동성이 매우 커지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23~24년도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기준 평균 69%)으로 2년 연속 동결했다. 윤 정부 들어 사실상 현실화 계획 폐지 수순을 밟은 셈이다. 정부는 향후 공시가격도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장변동률을 반영해 산출하기로 했다. 예컨대 내 집의 내년 공시가격은 올해 공시가격에 지난 1년 간 집값 상승분을 고려해 대체로 예상해볼 수 있다.

내년도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상승했는데 이를 일정 부분 반영할 필요가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과 함께 보유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최대 95%까지 인상해 보유세 부담이 배가 됐다. 하지만 이번 정부들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까지 낮춰 보유세 부담 자체는 크게 줄었다. 이번 공시가격 개편은 법 개정 사안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백민정·김원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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