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토양 중 불소 기준 논의, 과학에 기반해야
최근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그중 불소는 기준이 완화되는데, 이에 대해 다양한 논의와 의견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근본적으로 불소가 화합물 형태에 따라 독성이 다양하지만 토양환경보전법에서 토양오염물질로 ‘불소’라고만 지정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불소는 다양한 형태의 화합물이 존재하는 물질로 독성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쉽게 몸에 흡수되는 이온 형태여야 한다. 다량의 불소 이온이 몸에 들어오면 칼슘 이온과 결합이 많아져 혈중 칼슘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진다. 그 결과 치아불소증, 뼈 손상 등이 발생한다. 불소 관련 인체 유해영향은 명확히 말하면 모두 불소 이온에 의한 것이다.
토양에서 검출되는 불소는 대부분 불화칼슘이 주성분인 형석, 불화인회석 등 천연 광물에서 유래된다. 이는 마그마가 식어서 만들어지는 화성암의 일종으로 한국 전역에 널리 분포하기 때문에 토양 1㎏당 약 수백 ㎎의 불소가 검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천연 광물에 있는 불소는 대부분 강한 화학적 결합의 물에 녹지 않는 결정 형태다.
이 때문에 국내 토양 중 불소 함량의 약 0.03~2% 정도만 물에 녹아 이온 형태로 이동된다고 조사된 바 있다.
다만 토양 산성도, 점토함량 등 특성으로 지하수 등에 불소 이온으로 이동될 가능성이 있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지하수 불소 규제로 인체 유해 영향을 예방한다. 한국도 먹는 물과 음용 지하수에서의 불소 규제 운영 국가다.
물론 국내 토양 중 불소가 모두 불용성의 천연 광물에 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산업 활동, 폐기물 투기 등으로 이온 형성이 쉬운 불소화합물이 토양을 오염시킬 수도 있으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불소 기준이 필요하다. 다만 현행 불소 기준은 자연적 불소화합물도 이온 형성이 쉬운 인위적 불소화합물인 것처럼 가정하여 토양정화제도를 운영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환경규제는 국민건강 보호와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국내 토양 중 불소화합물의 높은 안정성, 독성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토양에 있는 자연적 불소로 인한 당장의 국민 건강 피해를 염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만 토양 불소 ‘오염’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효율적인 정화가 이루어지도록 위해성 평가와 같은 과학적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불소 기준 논의가 과학적 절차에 따른 합리적 토양오염 규제를 위한 발전적 논의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양지연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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