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전주’ “주가조작 알고도 방조” 2심서 유죄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2심 결과가 12일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받는 ‘전주(錢主)’ 손모씨에게 “이 사건의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음이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손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100억원대 대출금으로 주식을 거래한 전주 중 한 명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범들과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지난해 2월 1심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주가조작에 편승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던 것으로 짐작될 뿐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2심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들이 인위적으로 시세를 부양하기 위해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손씨의 1심 무죄 선고를 토대로 김 여사의 무혐의를 주장했다. 그런데 2심에서 손씨에게 유죄가 선고된 만큼 김 여사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가 맡고 있다.
이날 재판부가 손씨의 방조 혐의를 인정한 근거는 크게 ▶손씨가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하고 있는 점 ▶주가조작 세력과 주가 상승의 이해를 같이하는 점 ▶다량의 자금을 동원해 시세조종에 협조한 점이다. 시세조종 사건에서 방조 혐의가 인정되려면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면서 주가조작 행위를 용이하게 해야 한다.
손씨와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전주’ 역할을 하며 주가 상승의 이해를 같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손씨는 자신과 아내, 회사 명의 등 총 4개의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직접 거래했고, 김 여사는 6개의 계좌를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인 김모씨 등에게 일임했다. 이 중 공소시효가 남은 건 2010년 10월 20일 이후 쓰인 계좌 3개와 관련한 거래다.
익명을 요청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결국 중요한 포인트는 돈의 흐름”이라며 “계좌를 직접 운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주가조작에 사용됐다면 범죄 행위를 용이하게 본 것으로 인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조 혐의가 인정되려면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아직 명확히 확인된 바 없다. 다만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을 당시,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이 수차례 통화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중앙지검은 “이날 유죄가 선고된 손씨에 대해 법원도 단순한 전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손씨 사례와 김 여사 사례는 각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 내용과 법리를 면밀히 살펴 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에 참고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를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다고 이날 밝혔다. 최씨는 딸인 김 여사와 함께 주가조작에 연루된 계좌주 중 한 명이다.
석경민·김철웅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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