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넓히는 이재명 '식사 정치'…이상돈 이어 김종인과 만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진행했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로 고충을 겪었다고 밝힌 김 전 위원장의 소식을 듣고 이 대표가 만남을 요청해 성사됐다고 한다.
이날 회동은 서울 광화문 한정식 식당에서 약 2시간가량 이어졌다. 이 대표는 먼저 도착한 김 위원장에게 악수를 건네며 “인기가 여전하신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고, 김 전 위원장은 “얼굴이 좋으시다” “여러 난관을 겪으면서 성공하셨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최근 이마에 열상을 입은 일을 거론하며 “많이 찢어지셨다고 하더니 어떠시냐.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시냐”고 물었고, 김 전 위원장은 “마음이 편하면 건강해지는 것이다. 쓸데없는 욕심을 안 가지면 신경 쓸 게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CBS라디오에서 이마에 상처를 입어 응급실 22곳에 전화를 걸었지만 거절당했다는 경험담을 전하며 의료대란 문제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날도 양측은 의정갈등 문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 대표가 “욕심이 없는 것도 중요한데 걱정될 일이 많다”고 말하자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상황을 보면 걱정될 일이 많은데 억지로 해결할 순 없는 것”이라며 “성급하게 한다고 되는 일은 없고, 순리에 맞게 지나가게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표는 “맞는 말씀이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후 진행된 약 2시간 동안의 비공개 회담에서도 정부의 의대 증원 조치로 비롯된 의료 대란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앞서 11일에는 중앙대 명예교수인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과 오찬 회동을 진행하며 조언을 구했다. 이 자리에서도 의료 대란과 관련된 대화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서 이 전 의원은 이 대표에게 “지금의 상황은 의료 파국에 가깝다. 사태를 수습할 골든 타임도 지난 것 같다”며 “이대로 지속된다면 현 정부의 지지율이 연말엔 10%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7월 CBS라디오에서도 “이제 너무 늦었다. 한번 댐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같이 무너진다”며 “의대 이슈로 인해 임기 대통령이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와는 지난 대선 이후 처음으로 만난 것”이라며 “현 정국에 대해 의견을 물어와 평소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이 잇달아 제기하고 있는 계엄설에 대해 이 전 의원은 “민주당이 지금 시대에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 망상에 가까운 주장”이라고 지적했고,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중앙대 법학과를 나온 이 대표의 대학 은사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 대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의 멘토 역할을 했다.
한편 이 대표의 ‘식사 정치’ 행보를 두고 정부의 의료대란 실책을 부각하려는 목적 외에도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측은 “향후 재계, 종교계, 시민 사회 등 각 분야 인사들과의 만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놓고 경쟁했던 김두관 전 의원과도 추석 전후 만남을 추진 중이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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