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드래프트의 ‘숨은 주인공’ NC 김휘집이 고민하며 올린 글은
지명권 선수는 아니었지만, 이름은 여느 루키들보다 더 많이 불렸다. 202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의 ‘숨은 주인공’ 김휘집(22·NC 다이노스)은 후배들을 지켜보며 “마음가짐을 다잡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지난 11일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NC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9명의 루키를 선발했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5월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하며 1라운드와 3라운드 지명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피’ 같은 지명권을 두 장이나 내준 이유는 바로 김휘집이다. 중심타선을 지킬 내야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NC 강인권 감독은 김휘집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구단도 필요성을 받아들여 트레이드를 결정했다.
NC로선 적지 않은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신인 드래프트의 핵심인 1라운드 루키와 더불어 3라운드 신인까지 뽑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김휘집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 트레이드. 이런 가운데 약 넉 달 뒤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고, 김휘집도 떨리는 마음으로 이날 결과를 기다렸다.
김휘집은 1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어제 지명된 후배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NC에서 오래 뛰지는 않았지만, 신인 선수들이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 다만 지금 당장은 ‘여행도 가고, 휴식시간도 맘껏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신일고를 나온 김휘집은 2021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지명 1라운드 9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로 평가받아 2차 지명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렸다. 이후 키움의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지만, 지난 5월 트레이드로 갑작스레 소속팀이 바뀌었다.
김휘집은 “처음 신인 지명을 받을 때가 생각나더라. 코로나19 시기라 행사장은 가지 못하고 학교에서 동료들과 시청했는데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끊겨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옆에서 친구들이 먼저 환호하고 나서야 지명 사실을 알았다”고 웃었다. 이어 “사실 그동안 책임감이 컸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가 어떤 잠재력을 터뜨릴지 모르는 일 아닌가. 그래서 두 명의 몫을 한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신인 드래프트가 끝난 뒤 김휘집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2025년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성실히 노력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호명되지는 않았지만, 지명권 두 장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이적한 만큼 루키의 자세로 뛰겠다는 각오를 밝혀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김휘집은 “게시물을 올릴지 말지 고민하다가 신인의 마음가짐을 되찾고자 올리기로 했다”면서 “키움에서 뛰는 형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 장난으로 놀리는 선배들도 있었고, 초심을 되찾으라고 말해준 형들도 있었다”고 했다.
김휘집은 트레이드 후 6월 한 달간 25경기에서 타율 0.205로 부진했다. 그러나 7월과 8월 2할9푼대의 타율로 활약했고, 이달 들어서도 9경기에서 타율 0.421 2홈런 11타점 9득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또, 입단 동기이자 라이벌이기도 한 김주원과의 경쟁의식도 긍정적인 영향을 내고 있다.
김휘집은 “팝플라이가 줄어들고 라인 드라이브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배트가 나오는 과정이 나쁘지 않다. 방망이를 과감하게 돌릴 때 좋은 타구가 많이 나와서 코치님과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면서 “(김)주원이가 요새 잘 쳐서 자극이 된다. 친구가 홈런을 치면 나도 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런 선의의 경쟁이 서로를 의식하게 하고, 또 의지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KT는 NC를 10-4로 물리치고 3연승을 달렸다. 이날 잠실 키움전이 비로 취소된 3위 LG 트윈스를 2경기 차이로 압박했다.
대전에선 삼성 라이온즈가 한화 이글스를 7-1로 꺾었고, 광주에선 KIA 타이거즈가 롯데 자이언츠를 10-0으로 완파해 우승 매직넘버를 5로 줄였다.
수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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