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고려아연 최대주주로···75년 공동경영 새국면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영풍그룹의 주요 계열사이자 국내 비철금속 제련 1위 기업인 고려아연의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된다. 영풍그룹 공동 창업주 집안인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 간의 경영권 분쟁 끝에 장씨 일가가 지분 일부를 MBK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하면서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특수관계인(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됐다고 12일 밝혔다.
계약의 골자는 MBK파트너스 주도로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고, 장씨 일가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는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MBK파트너스는 최종적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과 장씨 일가보다 1주 더 갖게 된다. 장씨 일가는 지난 6월 기준 고려아연 지분 33.14%를, 최씨 일가는 15.62%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날 MBK 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역할을 맡는다고 밝혔다. 또 영풍 및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주주의 역할을 넘겨 받는다고 설명했다.
영풍그룹은 지난 1949년 장병희, 최기호 공동 창업주가 설립한 기업으로, 후손들이 대를 이어 동업하며 운영하고 있다. 장씨 일가가 영풍과 영풍문고, 전자 부문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과 기타 비철금속 부문 계열사를 맡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고(故) 최기호·장병희 명예회장의 후손들이 공동으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장 명예회장의 아들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 명예회장의 손자다. 양가는 2세까지 우호적 관계 속에 공동 경영을 유지해왔지만, 3세인 최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에 취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사업 영역을 금속 제련에서 2차전지 소재 등으로 확장하고, 투자금 유치를 위해 제3자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였다. 유상증자를 하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율이 높아지고,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줄어든다.
갈등을 벌이던 양가는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과 정관 변경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배당금 안건은 최씨 일가가 주장한 원안대로, 정관 변경 안건은 참석 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되면서 정기 주총은 1 대 1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지난 4월 영풍과의 황산 취급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자 영풍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MBK파트너스의 참전으로 최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내줄 위기에 처하게 됐다. 최씨 일가는 최근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이는 한편,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약 1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날 장 고문은 “지난 75년간 2세까지 이어져 온 두 가문 공동경영의 시대가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3세까지 지분이 잘게 쪼개지고 승계된 상태에서 공동 경영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며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비철금속 1등 제련 기업으로서 고려아연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업경영 및 글로벌 투자 전문가에게 지위를 넘기는 것이 창업 일가이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에 대해 그 동안의 장씨, 최씨 간 동업자 관계가 정리되고, 영풍그룹 주력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에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기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모든 주주를 위해 지배주주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다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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