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신한울 3·4호기, 해외선 체코원전…부활 속도내는 업계
정부가 8년여 동안의 심사 끝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허가하면서 한국 원전 업계가 부활의 속도를 높이게 됐다. 12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고사 직전까지 갔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전 산업의 재도약 계기를 마련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당장 원전 업계 전반에 활력이 돌 전망이다. 핵심 기기 제작은 대기업이 하지만, 기기 부품·소형 설비는 중소 협력 업체가 맡는 게 일반적이다. 방폐물 시설 같은 다른 인프라에도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국내 원전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13일부터 신한울 3·4호기의 본관 기초 굴착과 함께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공사 재개로 주설비공사, 보조기기 발주 등이 진행돼 원전 생태계가 정상화하고, 울진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에 시름하고 있는 건설업계 전반에 온기를 불어 넣는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 7월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 1.7% 하락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11조6803억원)가 큰 만큼 시공을 맡은 대형건설사와 협력업체들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신한울 3·4호기 시공을 맡지만, 협력업체도 매출이 늘어나는 ‘낙수효과’가 기대된다는 의미다.
원전 업계는 문재인 정부 시기 탈원전 정책 탓에 고사 직전까지 위축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업계를 되살리고 있다. 원자력산업협회와 원전수출산업협회에 따르면 원전 관련 기업 매출은 2021년 21조6000억원까지 떨어졌다가 2022년 2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고용 인원은 3만5000명→3만6000명, 투자는 1400억원→2500억원이었다. 원전설비 수출의 경우 문 정부 기간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900억원에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4조100억원으로 급증했다.
‘탈원전’을 외치던 세계 각국이 다시 ‘친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도 ‘K-원전’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7월 24조원 이상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사실상 수주하면서 앞으로 세계 각국에서 쏟아질 원전 일감을 추가 수주할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 수준으로 확대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원전은 발전단가가 다른 에너지원보다 싸고 공급 안정성이 뛰어난 데다 탄소 발생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한국의 원전업계는 이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단계다. 중소기업들에 본격적인 낙수효과가 일어나기까지는 최소한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수 있다”며 “해외 수주나 국내 사업 착수가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경희대 교수)은 정부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와 관련해 “탈원전 정책을 폈던 문 정부는 논외로 하고, 윤 정부에서만 허가까지 2년 넘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게 문제”라며 “규제 시스템을 개혁해 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원전 산업이 완전히 되살아나도 일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과제로 지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원전 산업(건설·운영, 연구개발, 지원·관리, 방폐물·환경)에 대한 인력 수요는 4만명이지만, 공급은 3만7000명에 그친다. 인력 부족은 적어도 6년 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2030년 인력 수요(5만1500명)에 비해 공급(4만7000명)은 4500명 모자란다는 게 산업부의 관측이다.
대학가에선 원자력공학과 등 원전과 직접 관련 있는 학과가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는 현상도 여전하다. 올해 1학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입학생은 3명,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자력공학과 입학생은 2명에 불과했다. 전국의 원전 직접 관련 학과 수는 한국 기업들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이후 15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8개로 쪼그라든 것으로 파악된다.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은 “윤 정부뿐만 아니라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원전 산업을 안정적으로 육성할 거라는 신뢰가 확보돼야 양질의 인력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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