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전주' 방조 혐의 유죄…"일임매매" 김건희 여사 처분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2심 결과가 12일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는 ‘전주(錢主)’ 손모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손모씨는 이 사건의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음이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손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100억원대 대출금으로 주식을 거래한 전주 중 한 명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범들과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2월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주가조작에 편승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던 것으로 짐작될 뿐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손씨에게 조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2심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들이 인위적으로 시세를 부양하기 위해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손씨의 1심 무죄 선고를 바탕으로 김 여사의 무혐의를 주장했다. 다만 2심서 손씨의 방조 혐의가 인정된 만큼 김 여사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에 대한 검찰의 법리 판단이 중요해졌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에서 맡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7월 20일 김건희 여사를 조사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를 지난 7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최씨 역시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자금을 댄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재판부가 손씨의 방조 혐의를 인정한 근거는 크게 ▶손씨가 시세조종 행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점 ▶주가조작 세력과 주가상승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 ▶대량 자금을 동원해 시세조종에 협조했다는 점이다. 시세조종 사건에서 방조 혐의가 인정받기 위해선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주가조작의 행위를 용이하게 해야 한다.
손씨와 김 여사는 모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전주’ 역할을 하며 주가상승 이해를 같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손씨는 자신과 아내, 회사 명의 계좌 등 총 4개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직접 거래했고, 김 여사는 6개의 계좌를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김모씨 등에게 일임했다. 이 중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2010년 10월 20일 이후 쓰인 계좌는 3개다.
12일 재판부는 “(선수) 김씨는 주가를 올릴 수 있다는 취지로 손씨를 안심시켰고, 주식 시세를 조종하고 있으므로 투자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을 줘서 손씨가 대량매수를 했다. 큰 손실로 어려움을 겪자 손씨가 김씨를 심하게 탓하는 상황도 있다”며 “손씨와 김씨는 주가상승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와 손씨가 문자로 현재 진행 중인 IR(투자자 설명) 등 주가상승 상황을 공유했다” “손씨는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시세조종하는 걸 알고서도 편승했다”며 손씨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중요한 포인트는 돈의 흐름”이라며 “김 여사가 약 14억원을 벌었기 때문에 손씨와 마찬가지로 주가조작 세력과 주가 상승 이해를 같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좌를 직접 운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주가조작에 사용됐다면 범죄 행위를 용이하게 본 것으로 인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방조 혐의가 인정되려면 김 여사가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은 아직 명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을 당시,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이 수차례 통화한 정황이 나타났다.
차장검사 출신 조주태 변호사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직접 수행하는 선수인 걸 알고도 계좌를 줬다면 방조 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며 “거래 당시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어도 과거부터 선수라는 인식이 있으면서도 광범위한 계좌를 일임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수사 경험이 풍부한 부장검사는 “시세조종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건 공범들 간 주가조작을 공유하고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선수들은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작전 상황을 통보하지 않고 계좌만 일임받는 경우가 많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들의 처벌이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중앙지검은 “이날 유죄가 선고된 손씨에 대해서 법원도 단순한 전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손씨 사례와 김 여사 사례는 각각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해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 내용과 법리를 면밀히 검토하여 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에 참고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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