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애 질병화 추가 논의 필요” vs “이미 증거 충분” 찬반 충돌
찬성 측 "교육·예방 넘어 보건의료 차원에서 다뤄야"
반대 측 "도박과 동급 의문…낙인 효과·오남용 우려"
통계청, "ICD-11은 KCD 10차 개정부터 반영할 예정"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질병분류체계 포함 여부를 두고 찬반 진영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찬성 측은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전개됐으며 보건 의료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대 측은 국내 실정에 맞춘 사회적 논의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맞섰다.
12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임광현, 서영석,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 KFI타워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를 개최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등재를 두고 찬반 진영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WHO는 2018년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에 정신적·행동적·신경발달적 장애의 하위 목록에 게임이용장애를 도입, 이듬해 세계보건총회에서 만장일치로 ICD-11를 의결한 후 2022년 정식 발효됐다.
KCD(한국질병분류코드)는 국제질병분류(ICD)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그간 ICD 코드에 등록된 질병코드가 KCD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사실상 없어, 현재로서는 과거 추세를 따라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화 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업계는 이럴 경우 게임 이용자를 잠재적 질환자로 낙인찍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산업 발전이 후퇴할 것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찬성 측은 ICD-11 의결 후 관련 뇌 영상 연구 결과가 급증하고 있으며, 게임이용장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 보다는 이와 관련한 오해와 낙인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규 한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ICD-11 의결 후 진단 기준을 가지고 많은 연구가 선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찬반보다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게임이용장애가 행동중독이라는 모델을 지지하는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즐거운 게임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학적으로 문제 있는 이용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국 카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이 아주 좋은 상품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상품이라기보단 약간 위험할 수도 있는 상품이라고 보고, 그렇기에 공공과 시민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 안전장치가 없어 중독적인 수준까지 이용하게 되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루는 보건의료 체계가 작동하는 기저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며 “문체부가 게임 과몰입 힐링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교육과 예방으로는 부족하고 때로는 공중보건 체계, 질병 치료 체계가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반대 측은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건강한 게임 이용자까지 부당하게 평가받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봤다. 게임이용장애를 ‘중독’으로 묶기에 모호한 부분이 존재하고, 병명이 만들어지고 나서 사회적이나 의학적으로 오남용 우려가 있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ICD-11) 카테고리 내 도박과 게임중독이 동급으로 돼 있는데, 둘의 양상이 비슷하다고 하나 게임이용 자체가 그렇게 나쁜 것인가 하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며 “게임을 하게 되면 쾌락과 관련한 뇌의 부분이 활성화되긴 하나 이것은 병의 모습이 아니라 현상이고, 그것을 병적인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아직 게임이용장애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므로 중독이라는 카테고리의 하위 범주에 넣기보다는 ICD-11 내 ‘단순히 게임 때문에 자기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을 위해롭게 하는 상태’라는 코드로 사용하는 것은 어떤가 싶다”며 “병명의 오남용 등을 고려했을 때 신중하게 들여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무조정실 주도의 민관협의체를 앞세워 관계 부처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은 이와 관련해 KCD 3~9차 개정은 ICD-10을 기준으로 진행할 것이며, ICD-11은 KCD 10차 개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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