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료 상황 심각, 협의체 구성해야”…野는 “이미지 정치”
당정이 의료계 설득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으나, 추석 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15개 달하는 의료 단체의 입장 차이가 큰 데다, 핵심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틈새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 당에서는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들은 추석 연휴 기간 동네 병·의원 8000여곳이 문을 열고 진료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 조정에 나서는 등 추석 연휴 기간 응급 의료 체계를 차질 없이 운영하기로 했다.
당정이 이날 회의에서 심혈을 기울인 건 의사 단체가 여·야·의·정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하는 명분이었다. 우선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해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근무시간 단축의 제도화 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 또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들의 과도한 법적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조속히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의료사고 문제는 그간 중증 필수의료 분야의 기피 요인으로 꼽혔다.
당정은 의료 단체의 협의체 참여를 독려하면서, 국민의 의료체계에 대한 불안을 잠식시키고 하루빨리 협의체를 출범하도록 한다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권 관계자는 “의사협회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여러 단체가 참석하기로 하면 곧장 협의체를 띄운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추석 전 협의체 구성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협의체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단체가 5곳가량 된다고는 하지만, 실제 협의체 참석을 위해선 개별 단체 내부 의결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협은 “여·야·정부·대통령실이 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며 불참 입장을 고수 중이다. 협의체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조차 이날 별도 공지를 통해 “현재까지 참여 여부를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일부 의료단체 참여만으로 협의체를 개문발차하는 방안을 두고는 여야 간 감정싸움 조짐마저 보인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여당은 추석 전에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시키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표성 있는 단체의 참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일단 야당을 끌어들여서 ‘중재자 한동훈’을 명절 밥상에 올려놓고 싶은 게 아닌가.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이미지 정치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화와 타협을 이끌 근본 대책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의료단체가 다 참여할 순 없겠지만 시작하는 데 무리가 없고, 야당이 나서주면 할 수 있다”며 “민주당은 얼마나 의료 단체를 접촉하고 있는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맞섰다.
협의체 구성 속도와 의제를 두고서는 여권 내 시각차도 있다. 복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한 대표는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저는 지금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고 본다. 협의체를 빨리 구성해야 국민들이 안심한다”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꼭 유예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의료계가 요청하니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수 있게 열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한 총리는 “의료계 요구 사항을 많이 받아들이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건드리는 건 국민 혼란이 커지기 때문에 안된다”며 “자제해 달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2025학년도 (정원) 조정이 어려운 건 알고 있지만, 뭐라도 하지 않고서 지금 상황을 정부에서 다 관리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고, 이에 한 총리는 “매니지먼트(관리)가 가능하다. 확신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앞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정치권의 협의체 구성 제안에 “2025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고, 민주당 역시 “2025학년도 정원 문제까지 협의체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현석·김기정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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