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티루캡',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 옵션 될까… "유일한 AKT 억제제"

정준엽 기자 2024. 9. 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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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티루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NGS(차세대 염기서열 유전자패널검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사진=정준엽 기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유방암 신약 '티루캡'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새로운 2차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12일 서울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AKT 억제제 '티루캡'의 국내 출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티루캡(성분명 카피바서팁)'은 호르몬수용체(HR) 양성/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음성이면서 한 가지 이상 PIK3CA/AKT1/PTEN 돌연변이가 있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최초의 AKT 억제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내분비 요법 도중 또는 완료 후 계속 진행되거나 ▲보조요법 완료 후 12개월 이내에 재발했을 때 풀베스트란트(제품명 파슬로덱스)와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됐다.

◇2차 표적 치료제 필요성 꾸준히 제기… 사망 위험 50% 낮춰
이날 간담회에서 연사로 나선 고려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임상 결과를 소개하며 티루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경화 교수에 따르면, HR 양성/HER2 음성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 환자들의 1차 치료 선택지 중 하나로 CDK4/6 억제제가 발전했으나 내성과 같은 문제로 인해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특히 제한적 2차 치료 선택지의 예후는 좋지 않은 편으로, 여전히 환자의 약 50%가 유방암 진단 후 5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HR 양성/HER2 음성 환자 중 약 50%를 차지하는 하나 이상의 PIK3CA/AKT1/PTEN 변이가 있는 환자는 질병 진행이 빨라질 수 있어 해당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전이성 유방암 2차 표적 치료제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티루캡과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은 임상시험 'CAPItello-291'에서 HR 양성/HER2 음성 유전자 변이 유방암의 1차 치료 실패 환자를 대상으로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군 대비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약 2.5배 개선시키면서 효능을 입증했다. 병용요법군의 mPFS는 7.3개월로,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군의 3.1개월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질병 진행 또는 사망위험률도 50% 낮췄다. 병용요법군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 이상반응은 설사, 발진, 오심(구토), 혈당 상승이었으나, 대부분 조절 가능한 수준이었다. 중대한 이상 사례가 나타나 치료를 중단한 사례는 9.3%였으며, 투약 용량을 감량한 비율은 17.5%였다.
고려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정준엽 기자
◇이상반응 대비해 약제 동반 처방… 휴약기 장점
최근에는 이상반응이 나타나도 응급실에 방문하기 더 어려워진 만큼, 표적 치료제를 투약한 후 발생하는 이상 반응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이 매번 이상반응이 나타날 때마다 병원에 올 수는 없는 만큼,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환자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약을 함께 처방한다"며 "예를 들어 발진 조절을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같이 처방하고, 물설사에 대비해 로페라마이드를 처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루캡은 휴약기가 있어 간헐적 주간 투약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티루캡을 복용하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투약하지 않아도 된다. 풀베스트란트 주사의 경우 첫 달 1일·15일·29일 투여한 후 매월 1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티루캡은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치료를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박경화 교수는 "임상에서 환자들을 만나보면, 호르몬 요법을 꺼리는 등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실제로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게 좋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NGS 검사, 선택 아닌 필수… 선별급여 본인부담금 비율 재고돼야"
박경화 교수는 환자들에게 NGS(차세대 염기서열 유전자패널검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2차 치료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적절한 치료로 치료 결과를 향상시키는 데 NGS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동안 NGS 선별급여의 본인부담금 비율이 50%였으나, 지난해 12월 정부가 이 비율을 80%로 개정하며 환자들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박 교수는 "유전자 변이가 많은 유방암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NGS 검사가 필수"라며 "사망 위험이 큰 환자를 대상으로 NGS를 1회 진행하는 것에 대해 국가가 지원 확대를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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