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9인의 경쟁…자민당 총재 선거 '지역 민심' 중요한 이유
일본의 새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12일 공식 시작됐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43) 전 환경상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전 간사장이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다투는 가운데 총 9명이 출마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20명의 의원 추천제를 도입한 1972년 이래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는 27일 치러진다.
'선거' 모드로 들어간 일본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자민당은 지난 1955년 창당 이래 사실상 일본의 정치를 주물러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불거진 정치자금 스캔들로 자민당은 보궐선거에서 연패하는 등 지지 기반을 위협받아왔다. 재선을 노리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번 총재 선거에 대해 지지통신은 “정치개혁과 당 쇄신이 선거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심 향방은…
일본 언론들은 이번 총재선의 열쇠를 쥔 것은 ‘지역 민심’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367표)과 당원·당우표(367표)에 의해서 결정된다. 오는 27일 첫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나타나면 선거는 그대로 끝나는데, 총재선 출마를 위해 최소 20명의 의원 추천이 필요한 만큼 파벌이 대부분 해체된 상황에서 180표의 의원표가 이미 분산된 것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비례 배분되는 367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100만여 명의 당원·당우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당원 투표는 미국 군수회사인 록히드사로부터의 부정 금품 수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1978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입됐다.
다만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2명을 추려 의원표와 47개 지역표로 결정될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당원·당우 표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한 1차 투표에서 단독 후보가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워 결선 투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일 관계에도 영향 촉각
일각에선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를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비롯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49) 전 경제안보상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이어오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82)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야스쿠니 참배를 매년 이어오고 있는데, 최근 출마 회견에서도 참배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발언했다. 준수한 외모와 독특한 화법으로 인기가 높은 그가 당선되면 44세에 총리가 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기록을 깨고 일본 역대 최연소 총리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야스쿠니 참배로 인해 셔틀외교를 재개한 지 1년여에 불과한 한·일 관계는 경색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쟁하지 않는 나라’를 명기했던 헌법 개정도 관심사다. 고이즈미·다카이치·고바야시 후보 모두 자위대 명기 등 헌법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 국민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공약한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이다. 대다수 일본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성을 따르는데,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도다. 보수적인 자민당에서 이런 공약은 이례적인 것으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찬성, 다카이치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향후 선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격적인 선거 운동 개시와 함께 일본의 정치 지형 변화도 빠르게 이어질 전망이다. 요미우리는 이날 복수의 정부 관계자 발언을 빌어 정부와 여당이 오는 10월1일 임시 국회를 소집해 새 총리를 선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나흘 만에 빠르게 총리를 확정 짓고, 내각(국무회의)까지 구성해 본격적인 ‘총선’ 모드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은 “국민 신뢰를 물어야 한다”며 조기 중의원(하원) 해산과 총선 실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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