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기수론’ 들고 체육대통령 출마 선언한 유승민 “체육인 자존심 회복시키겠다”

고봉준 2024. 9. 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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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만난 유승민 전 IOC 선수위원. 최근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고봉준 기자

“8년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출마할 때도 주위에선 모두 ‘안 된다’면서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해냈지 않습니까.”

‘한국의 체육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을 지난 10일 서울시 서초구의 RSM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IOC 선수위원과 대한탁구협회장 직함을 모두 내려놓고 대한체육회장 후보로 나선 유승민은 “2016년부터 행정가로 일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됐다. 체육인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더라.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면 체육계 전체가 매도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체육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출마 고민은 오래 했지만, 결심은 지난달 파리올림픽이 끝날 즈음 굳혔다”고 했다.

유승민은 지난 9일 대한탁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회장직 사임 의사를 밝히고,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6년 선출돼 재선까지 성공한 현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올해로 임기가 만료된다. 아직 이 회장은 3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체육계는 이 회장의 출마를 유력하게 내다보고 있다. 선거는 내년 1월 열릴 예정이다.

만만치 않은 표 싸움을 치러야 하는 유승민은 “이기흥 회장님의 출마 여부는 내 머릿속에는 없다. 어차피 이 회장님이든, 다른 후보든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나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강한 상대일수록 더 자극이 된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2016 리우올림픽 때 IOC 선수위원 선거전이 생각나더라. 당시 많은 분들이 나를 말리셨다. 그래서 더 자극을 받고 필생의 각오로 뛰었고, 결국 당선됐다. 이번에도 같은 결의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2024 파리올림픽 기간 모처럼 라켓을 잡은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연합뉴스

1982년생인 유승민은 이날 인터뷰에서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다. 젊은 나이를 무기로 삼아 체육계 전반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겠다고 강조했다. 또, 선수 및 행정가로 일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국제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유승민은 “10대부터 80대까지 체육을 즐긴다고 했을 때 내가 딱 중간 나이더라. 특히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는 지도자와 행정가들이 내 또래이기도 하다. 또, 두 아들이 지금 축구를 하고 있어서 학부형의 마음도 잘 헤아릴 수 있다. 이와 함께 IOC 선수위원으로 일하면서 외교적 인사이트가 많이 생겼다. 대한체육회장을 맡게 되면 국제 네트워크를 많이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유승민(왼쪽)이 김택수 코치를 껴안으며 함께 기뻐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적 스타가 된 유승민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열린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당선돼 8년간 세계 스포츠 현장에서 활동했다. 또, 2019년 4월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대한탁구협회장을 맡은 뒤 최근까지 탁구계를 이끌었다.

선수와 행정가로서 탄탄대로를 걸은 유승민이 도전하는 대한체육회장은 한국의 체육대통령이라고 불린다. 국내 체육계 전반을 책임지는 한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모두 치러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지난 10일 만난 유승민 전 IOC 선수위원. 고봉준 기자

최근에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의 폭로로 불거진 대한배드민턴협회 내홍을 비롯해 각종 단체의 방만 행정이 논란이 돼 대한체육회장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졌다.

유승민은 “잘못된 것은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고 본다. 발 빠른 대처와 올바른 정책 방향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이어 “학교스포츠도 바로 세워야 한다. 인구 감소 문제가 계속해서 심각해질 텐데 체육계도 앞으로 선수가 없어서 종목이 위기를 맞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일반 학생이 엘리트 체육으로 쉽게 넘어올 수 있고, 전문 선수들이 운동을 마음놓고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와도 격의 없이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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