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 않는 의협·전공의에 협의체 난항…환자단체 "환자 빠지면 안 돼"
정치권이 의대증원 갈등을 풀기 위해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환자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료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는 것은 환자들이기에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핵심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여전히 참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협의체 출범까지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이 여·야·의·정 협의체를 만든다면서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의 의견만 구하고, 환자단체의 의견을 묻지 않는 것에 실망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의·정 협의체’라는 말속 어디에도 환자는 없다. 환자가 빠진 그 어떤 협의체 구성도 지지할 수 없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대신 ‘여·야·환·의·정 협의체’ 구성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백민환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회장은 “환자는 의료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로서 정책 결정에 매우 중요하다”며 “환자단체의 (협의체) 참여로 실효성 있는 의료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의료계가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도 비판했다. 이들은 “일부 의사들의 2025학년도 원점 재검토 주장도 기가 막히지만, 정치권이 의료계 요구를 수용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용납할 수 없다”며 “저희에게도 의료 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바라는지 물어봐 달라”고 요구했다.
의료계 단체들은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거나, 참여에 전제 조건을 달며 머뭇거리고 있다. 일각에선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기류도 감지되지만 대부분 의사의 사용자 격인 병원 단체들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의협·대전협뿐 아니라, 교수 단체(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대교수비대위), 병원 단체(상급종합병원협의회·대한병원협회·수련병원협의회),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대학의학회 등 총 15개 의료계 단체에 협의체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가운데 이미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있는 병원 단체들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는 2025년도 정원 조정 등을 전제로 협의체 참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전날(11일) 기자간담회에서 “협의체 제안을 환영한다”면서도 “정원에 대해 연도에 관계 없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이라는 여건이 형성돼야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협과 대전협은 요지부동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정부·대통령실이 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2025년도 정원 재검토를 두고 여당은 열어두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는 협의체 참여가 불가하다고 못박은 것이다. 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 3명과 함께 “어떤 테이블에도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뒤로 협의체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대 교수 단체들도 참여를 꺼리고 있다. 이날 오전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를 언급하며 “(두 단체가)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의교협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협의체 관련해 현재까지 참여 여부를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의대생이 참여해야 협의체가 실효성 있다는 게 의료계 전반의 인식이다. 공문을 받은 한 의료계 단체 관계자는 “여당은 의료계 일부만 참여해도 출범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전공의 참여 없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정부와 여당부터 2025년도 증원을 두고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협의체에 들어가봤자 합의는 이루지 못한 채, 보여주기식 논의에만 동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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