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진술 없다"…미스터리 남긴 '용산 이전' 감사
청와대로부터 용산 대통령실로의 이전 결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12일 발표됐다. 참여연대의 국민감사 청구로 2022년 12월 감사가 개시된 지 1년 9개월 만이다.
감사원은 대통령 용산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 공사가 면밀한 계획과 충분한 관리·감독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 부부가 머무는 관저의 경우 공사계약·감독·준공 등 공사 전반에서 국가계약법 및 건설법 위반 사안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과거 미술품 전시를 후원했던 A 업체가 관저 공사를 총괄하며 다수의 무자격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준 사실과, 방탄창호 공사 과정에서 경호처 간부의 10억대 비리도 드러났다.
대통령실 이전 감사는 ▶대통령실 집무실 공사 ▶관저 공사 ▶방탄창호 및 경호청사 공사로 나눠 진행됐다. 대통령 집무실 공사는 행안부가 사전에 예산을 확보해 주요 공정 모두 시공 자격을 갖춘 업체가 맡아 공사 자체에 법령 위반은 없었다. 다만 감사원은 계약 과정에서 행안부가 조달청엔 확정 금액으로 계약 의뢰를 한 뒤, 실제 모든 비목을 공사 완료 뒤 정산하는 사후원가검토조건부 계약으로 변경해 체결한 건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산 과정에서 일부 업체에 공사비 3억 2000만원을 과다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공사 기간이 촉박했던 점을 고려해 집무실 공사 계약에 대해선 별도의 주의 및 징계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문제는 관저 공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애초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지정했다. 그에 따라 행안부도 약 14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하지만 2022년 4월 말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이전지가 변경되며 일이 꼬였다. 추정 소요 예산이 2배 이상 불어났다.
대통령실은 추가 예산을 확보한 뒤 공사를 시작해야 했으나 시급성을 이유로 예산 없이 공사부터 발주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예산을 배정 받을 때마다 1·2차 사후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공사 내용과 돈을 짜 맞추다 보니 계약서와 실제 공사 내용이 모두 달랐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최종 공사 내용이 반영된 준공 도면서도 제출받지 못해 준공검사도 못했다.
관저 공사 업체 선정 과정도 미스터리로 남았다. 감사원 조사 결과 관저 공사는 김 여사의 과거 미술품 전시를 후원했던 A 업체가 총괄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해당 업체를 추천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대통령실 이전 실무를 총괄했던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은 업체 선정 경위와 관련해 감사원 조사에서 “구체적으로 누가 A업체를 추천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 1차관으로 영전한 뒤, 올해 초 국민의힘 예비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12일 브리핑에서 “감사원 조사는 영장이 없어 한계가 있다. 진술 과정에서 김 여사가 언급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A업체 감독도 허술했다. 감사원은 A 업체가 대통령실과 협의 없이 15개의 무자격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줘 관저 공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서 문제 삼은 관저 불법 증축 의혹도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A 업체가 증축 면허가 있는 B업체와 계약을 했지만, B업체가 무자격 업체인 C업체에 불법하도급을 맡겼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관저 공사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관저 공사에서 특정 업체가 과도한 이윤을 남겼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업체들의 이익이 업계의 통상 수준(8.5%)이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방탄창호 설치 공사 과정에서 경호처 간부 D씨가 브로커 E씨와 유착해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약 16억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D씨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경호처 관사 공사를 위해 경호처 사무 공간 공사비를 부풀려 전용했고, 관련 공사 업자에게 지인의 땅을 강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D씨와 유착 업자들을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경호처에 D씨에 대한 파면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즉각 “봐주기 감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 정부의 먼지 한 톨 잘못을 잡겠다고 통계청 등 국가 기관을 탈탈 털던 패기는 어디 갔느냐. 이번 부실 감사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감독 책임이 있는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에 단순 주의 조치를 내리고, 개인 문책도 경호처 간부 D씨를 제외하곤 인사혁신처에 김 전 비서관에 대한 인사자료 통보로 마무리했다. 불법 하도급을 주거나 받은 무자격 건설 업체는 징역 및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수사 의뢰도 행안부에 일임했다. 한 의원은 “맹탕 감사일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도 전혀 해소하지 못한 감사”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과다한 공사비 지급 등 특혜 여부를 감사원이 확인한 결과, 업체 이윤은 통상적인 수준 이내로 확인됐다. 특혜는 없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사 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점검 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박태인·김정재 기자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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