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탈레반 정권” “좌파 정화”…정치판으로 변질된 교육감 선거
“탈레반 정권이 등장한 것 같다.”
10월로 예정된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낸 곽노현 전 교육감이 10일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한 말이다. 그는 친민주당 성향인 유튜브 채널 ‘새날’에 나와 “저는 MB(이명박) 정치 검찰이 죽였고, 조희연은 윤석열 검찰 정권이 죽였다”고 주장했다. 후보 단일화 대가로 상대 후보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2012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지독하게 당한 정치검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교육감 선거는 헌법 31조에도 명시된 ‘교육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당적 보유도 금지한다. 하지만 곽 전 교육감을 비롯한 일부 후보들은 상대 진영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거나 특정 정당의 지지자에게 호소하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곽 전 교육감은 5일 출마 선언 때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고, 10일 방송에서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께서 임명한 교육특보단장”이라고 했다.
보수 계열 후보도 다르지 않다.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은 5일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10년간 서울 교육이 좌파세력들에 의해 황폐해졌다”며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깨끗이 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운동도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잦다. 조 전 의원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출마선언식을 진행했다. 현수막과 연단에 올린 이름표도 모두 빨간색으로 만들었다. 진보 진영의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의원은 6일 출마선언식에서 민주당 정당 이미지(PI·Party Identity)와 동일한 푸른 계열 현수막을 걸었다.
서울시 교육감은 90만 명에 달하는 서울지역 유·초·중·고교생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자리다. 관련 예산만 11조 원에 달한다. 1280개 공립 학교의 교사 4만3000명과 공무원 7000여명에 대한 인사권도 갖고 있다. 교육 전반에 대한 예산과 권한을 쥐고 있어 정치권에서도 '놓칠 수 없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교육감 선거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와 교육감 후보가 선거를 함께 뛰는 법안을 발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30일 “교육감을 선출할 때 러닝메이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같이 진행되는 만큼, 허울뿐인 정치적 중립성을 차라리 벗어버리자는 논리다.
서울시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정권이 바뀐 것처럼 특정 정당에 맞춘 이념성 정책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교육 현장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10월 16일 지방자치단체 재·보궐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보수 진영에서는 안양옥·조전혁·홍후조 등 3명의 후보가, 진보 계열에서는 강신만·곽노현·김경범·김용서·김재홍·안승문·정근식·최보선·홍제남 등 9명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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