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4인뱅’ 심사 기준 11월 발표, 내년 3월 공매도 재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조만간 제4인터넷전문은행(4인뱅) 심사 기준을 내놓기로 하면서 인가 절차가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달 들어 급감했다면서, 추가 규제 대해선 “상황을 더 보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재개에 대해선 “내년 3월 말 전체를 재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확인했다.
“‘4인뱅’ 11월까지 심사 기준 낼 것”
12일 김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월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금융 현안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4인뱅 인가 절차에 대해 “늦어도 11월까지는 심사 기준을 마련하겠다”면서 “이후에 예비 인가 신청 접수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후보 청문회 당시에도 “4인뱅 인가 절차를 올해 안에 시행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날 보다 구체적인 ‘시간표’를 내놓으면서 4인뱅 선정 과정도 속도를 내게 됐다.
다만, 심사 기준이 연말이 다 돼서 나오는 만큼 인가는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은행에 경쟁은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제 절차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면서도 “어떤 분야에 특화된 또는 어떤 분야에 조금 더 의미가 있는 인뱅을 만들 거냐는 조금 더 분석하고 의견을 듣고 그렇게 해서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가계대출 지난달 절반 수준, 실수요 은행 자율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달) 5영업일까지 잠정치로 은행 가계대출이 1조1000억원 늘었는데 은행 쪽만 비교하면 지난달 대비 절반 정도 수준”이라며 “이렇게 (가계대출이) 조금 둔화하는 모습이 지속한다면 추가 조치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을 더 보고 판단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정책 혼선이 빚어졌던, 대출 실수요자 보호에 대해서도 은행 자율에 맡기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위원장은 “실수요자를 감독 당국이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준을 정하는 순간 (기준에) 해당이 안 되면 다 대출이 안 되는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은행별로 자율적으로 현장 수요를 반영해서 움직이는 것이 그것이 실수요자분들한테 더 나은 길”이라고 했다.
정책 대출이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유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정책 대출의 목적과 약속은 지켜나가야 하지만 늘어나는 속도와 관련해서는 필요하다면 제어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에 심각한 우려…경영진 거취는 이사회 판단”
최근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우리금융에 대해서는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 사고가 반복되는 데 대해서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그런 사안이라고 보고 있고, 금융위원장으로서도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금융이나 은행의 경영진도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제기했던 우리금융 경영진 책임론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우리금융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공매도 내년 3월 전체 재개 목표”
한편 김 위원장은 공매도 재개 문제와 관련해 “내년 3월 말 전체를 재개하는 걸 목표로 법도 바꾸고 시스템도 갖춰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관련 제도와 시스템 개선에 나서겠다며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당초 6개월 동안 금지한 뒤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불법 공매도를 차단할 전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금지 조치를 연장했다. 공매도 금지는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 지난 2~3년간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에 많은 개선이 있었다”면서 “공매도를 재개하면서 (선진국 지수 편입)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주가치 훼손 논란으로 번졌던 두산 계열사의 합병가액 산정 방식과 관련해선 “현재 비계열사 간에는 기준가격을 소위 공정가격으로 하면서 외부 평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입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는 부분까지 포함해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기업 밸류업(가치 개선)’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현대자동차나 LG그룹 계열사, 포스코 이런 데서 예고 공시를 참여해줬다”며 “아직 부족한 게 있지만 다른 대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말씀을 오늘 자리를 계기로 또 드린다”고 밝혔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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