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급발진' 전문가 대안... "차량기록 5초→10분 늘리자"
“급발진이란 건 존재합니다. 다만…”(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
“완벽한 기계장치라는 건 없어요. 그런데…”(이호근 대덕대 교수)
모빌리티와 교통사고 조사 전문가들이 모여 최근 연이은 급발진 의심 사고를 두고 벌어지는 우려 여론에 대해 경계 목소리를 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서다.
이날 나온 전문가들은 급발진 의심 사고의 대부분이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아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7월 서울 북창동 음식거리 앞에서 발생한 제네시스 역주행 사고 때도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수사 결과는 실수로 가속페달을 더 밟은 운전 조작 미숙이었다. 그럼에도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자 두 협회가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두 발로 브레이크 밟으면 조작 실수 예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16년간 교통사고 원인 조사를 했던 박성지 대전보건대 교수(경찰수사학과)는 “자동차에서 전자제어장치(ECU) 등에 가해지는 전압이 불안정해지면 급발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실험을 통해 확인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런 상황을 감지했을 때 정상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멈춘다”며 패달 조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주목 받는 사건 원인을 급발진이라 주장하는 전문가가 인기를 끈다”라며 “페달 조작 미숙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상당수의 운전자들은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말을 듣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법원이 급발진 사고에 대한 BMW코리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판례(2020년,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차량 엔진 상의 결함이 있을 경우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이호근 교수는 “브레이크가 딱딱해지는 현상이 생겨도 일단 브레이크를 밟으면 속도가 더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석 경찰청 교통사고분석 자문위원은 “브레이크는 기계장치라서 고장이 있으면 마모·손상 등 흔적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최근 정부·국회에선 운전석 바닥 부분을 실시간 촬영하는 ‘페달 블랙박스’를 의무화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최영석 위원은 “최근의 딥페이크 사건들처럼 블랙박스 영상도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지 교수는 “지금도 상당수의 사고 운전자들에겐 전자기록장치(EDR) 데이터를 제시해도 조작이나 오류를 주장한다”라며 “현재 사고 직전 5초부터 저장되는 EDR 자료를 10분 이상으로 늘리는 게 더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교수도 “고령 운전자에겐 차량 옵션 품목인 긴급 제동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게 (페달 블랙박스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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